[란코프] 북 체제붕괴 후 잘살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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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래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언제든지 급격한 변화(급변사태)가 생길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현 북한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명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세상이 갑자기 바뀐다면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자녀들을 위하여 지난 10년이나 20년 동안 쌓아놓은 부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물론 북한사람 대부분은 저축한 부가 없지만, 소수의 돈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러시아 사람으로서 러시아 공산주의 정권의 붕괴를 보기도 했고 그 후에 혼란스러운 과도기와 러시아 자본주의의 탄생을 경험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드릴 수 있는 조언이 있습니다.

반 공산당 민주혁명 이후에도 가치를 여전히 유지한 물건은 놀랍게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1970-80년대 소련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구, 가전제품, 도서 등은 하루아침에 아무 가치가 없는 쓰레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새로운 세계에서 이와 같은 것은 쓸모가 없게 되거나 옛날보다 가격이 엄청나게 떨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1980년대 초 일본제 칼라 텔레비전은 노동자가 5-6개월 정도 벌 수 있는 돈으로 팔렸는데 1990년대 말 들어와서는 훨씬 더 좋은 텔레비전을 보름 정도 벌 수 있는 돈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바뀌어도 그 가치를 유지한 것은 사실상 부동산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작은 아파트라면 가격이 지금 미국 돈으로 20-30만 달러입니다. 중국 돈으로 보면 150만 위안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소련시대에 집을 얻어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지금도 가난뱅이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 상황을 감안하면 부동산을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끝나 버렸습니다. 평양에서 지금 아파트는 공짜로 받을 수 없게 되었고 비싼 돈을 내야 합니다. 물론 돈이 있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구입해 놓는다면 아주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이 비싸질 것 같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돈이 별로 없는 서민들은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것입니다.

그 때문에 두 번째로 중요한 것에 관심을 두는 게 좋겠습니다. 이것은 물질적인 것 보다 정신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의 교육문제입니다. 소련 붕괴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새로운 체제에 가장 빨리, 잘 적응한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90년대 과도기에 기술자나 학자들이 얼마 동안 어렵게 살았지만 2000년대 초 들어와 다시 좋은 대우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구 소련이 사라진 후 장사를 잘 하고 사업에 성공적인 사람들 가운데는 소련시대 장마당에서 장사를 잘 했던 사람들의 아들딸보다 소련시대에 열심히 공부했던 사람들이나 그들의 아들딸이 많습니다.

물론 쓸모 있는 지식도 있고 쓸모 없는 지식도 있습니다. 구 소련에서 공산당 역사와 같은 과목을 열심히 배운 사람들은 지금 거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에서 주체사상이나 혁명역사 교수나 교원들이 비슷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수학, 물리학, 자연과학 그리고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운 사람들은 지금도 잘 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어와 컴퓨터 지식은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장래에 대해서 걱정하는 북한 사람들에게 제일 좋은 전략은 자녀 교육입니다. 이것은 자신의 아들딸을 위해서 좋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될 뿐만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