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운동 발생 국가였던 소련이 무너진지도 약 25년이 지났습니다. 사실상 소련의 체제는 1980년대 중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 초에 이르러서는 소련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당시 북한 언론의 주장에 의하면 소련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이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소련국민들이 어떤 이유로 자본주의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고 사회주의에 대해서 적대감과 불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억지 주장입니다. 1980년대 말 소련에서 국가 사회주의를 유지하자는 사회계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소련경제의 무능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젊은 대학교수였기 때문에 1980년대 말 소련의 분위기를 매우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소련 사람들은 체제를 포기해야만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소련 공산당 간부 대부분은 이와 같은 민주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적어도 2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공산당 간부 대부분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국가 사회주의 경제에 대해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보다 발전된 서양 국가의 생활을 더 잘 알 수 있는 젊은 간부들은 소련 경제체제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둘째로, 소련 공산당 간부들은 체제가 무너져도 자신들은 그대로 권력과 특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상 그들의 희망대로 되었습니다. 북한 언론은 당 일꾼이나 국가 고위 간부들이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무시를 많이 받고 어렵게 살았다고 주장하지만 저와 같은 구소련 사람이 판단하기에 이것은 너무 파렴치한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상 지난 25년 동안 러시아에서 많은 권력을 소유한 간부나 돈이 많았던 부자 사업가들 중, 소련 시대 당 일꾼이나 국가 기관의 일꾼이 아닌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기타 소련연방 국가였던 15개 국가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5개 신흥독립국가 대통령들 가운데 소련 시대에, 같은 지역 공산당 책임자로 지낸 사람은 2명, 그의 아들이 1명, 중고급 공산당 일꾼이 5명 정도 있습니다. 구소련과 아무 상관이 없는 대통령은 오직 4명뿐입니다.
물론 이것은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1980년대 소련 상황을 감안한다면 거의 불가피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 소련 사회에서 간부들은 행정 경험도 있었고, 정치도 서민들 보다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교육 수준 또한 높았고 인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특징은 그들에게는 국가 재산에 대한 통제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사회주의 시대에 관리했던 국가 재산을 자기 사유 재산으로 변경하거나 또는 다른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으로 이용하였습니다.
이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저는 이와 같은 변화를 필요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효율성이 없는 국가 사회주의를 경험한 후에 러시아는 어려운 과도기를 잘 마치고 이제 경제 성장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그들이 하는 새로운 정책 때문에 서민들도 생활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일반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