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 경제파탄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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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가 잘 아는 남한의 교수가 연구과제의 하나로 북한에서 온 탈북자들과 면접을 하였습니다. 면접을 마친 후, 나이가 많은 한 탈북자가 그 교수에게 개인적인 질문이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나이 많은 탈북자는 교수에게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하고 무슨 일이든 수령님이 시키는 대로 하였습니다. 내 주위의 사람들도 다 비슷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는 발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남한과 하늘 땅만큼이나 경제력의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요?” 라고 질문했습니다.

이러한 질문은 남한의 경제적 발전을 확인한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항상 하는 질문이지만, 세월이 갈수록 이러한 질문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주관적으로 자기가 알아서 일할 기본도 되어있고 능력도 있습니다. 또한 조국과 로동당에 대한 충성심도 있었지만 지금 세계경제에 비추어 볼 때 경제적으로 북한은 완전히 실패한 국가에 속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경제적, 사회적 구조가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남북한의 모습이 이만큼 서로 달라진 것은 절대적으로 체제의 차이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말하자면 남한의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국가소유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경제를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원래 북한보다 어렵게 살던 남한은 이제 부자국가가 되었고, 반대로 북한은 위기에 빠졌습니다.

그렇다면 시장경제체제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주고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시장경제의 경우, 공장과 같은 기업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생산된 물건을 판매함으로써 가능하면 많은 돈을 버는 것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은 물건을 많이 생산함과 동시에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한과 같은 시장경제 국가에서 세탁기를 만드는 공장이 있다고 합시다. 그 공장 소유자는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된 세탁기가 옷을 잘 세탁하지 못하고, 전기를 낭비하며 고장이 자주 난다면, 이러한 잘못된 세탁기를 판매하지 못하고 곧 망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제일 합리적인 방법은 좋은 성능의 물건을 만드는 방법뿐 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쟁이 심한 시장경제에서는 지금 잘 된다고 현상에 가만히 안주하면 안됩니다. 위의 경우에서 보듯이 좋은 세탁기를 계속 생산하게 되었다 해도 어느 순간 새로운 경쟁사가 더 좋은 성능의 세탁기를 개발해내 생산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결국 지금 잘 팔리는 세탁기도 머지않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날이 온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려 연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품의 품질 향상과 새로운 기술 개발이 국가의 명령이나 지도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이나 지도부는 세탁기의 생산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세탁기를 개발하고 만들어내는 노동자, 기술자, 회사원 등은 애국심이나 충성심보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경제제도가 시장경제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장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골치 아픈 숙제로 여기는 경향을 가지고 있고 정부에서 내려온 경제계획에 따라 세탁기를 몇 대만 생산해내면 됩니다. 판매나 소비자들의 평가에 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부의 지시나 도움 없이 공장을 자체적으로 가동할 수 없는 체제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북한의 계획경제는 실패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