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남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문제는 이석기 사건입니다. 이석기를 비롯한 수백 명의 남한 사람들이 비밀조직을 만들고 제2차 한국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을 보호할 대비책을 마련했다는 얘깁니다.
지금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놀라움과 의혹의 눈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이석기 사건은 놀라운 일이 결코 아닙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민주국가에서도 체제를 반대하고 무장봉기로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극좌익이나 극우익 단체가 가끔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석기 사건을 보면 다른 국가의 극좌익이나 극우익에 비해 재미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이러한 비밀조직에 참가한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뿐입니다. 극우익 단체도 극좌익 공산주의 단체도 무장투쟁에 대해 꿈꾸는 사람은 20살 안팎의 젊은 남자들뿐입니다. 그런데 이석기 사건은 아주 다릅니다. 이석기가 속한 RO조직의 회원들은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의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이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현대 한국사회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것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의 사람들은 모두다 486세대 출신입니다. 바꿔 말해서 60년도에 태어나 80년도에 학교를 다니고 지금은 40세가 넘은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종북주의와 극좌익 사상이 제일 강한 세대입니다.
그들의 태도를 이해하려면 제일 먼저 그들의 청년 시절의 정치와 사회조건을 알아보아야 합니다. 80년대 말 그들이 학교에 다닐 때, 한국대학생 대부분은 군사 독재를 반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였습니다. 그 당시 학생이었던 사람들은 당시에 자료가 너무 부족해서 알기 어려웠던 북한에 대해서 최근 들어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 학생들은 당시 군사독재 정권이 그토록 비난하고 반대했던 북한을 자신들과 동일한 세력으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그들 가운데 일부는 주체 사상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와 남한 대학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습니다. 90년대부터는 남북한의 직간접적인 관계가 많이 활발해졌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진실을 많이 배웠습니다. 486세대가 북한에 대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결국 대학생들 가운데 주체사상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소련과 동유럽에서 공산주의 붕괴를 초래한 민주화 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주의 국가를 숭배했던 학생들은 이 사실을 보면서 실망이 컸습니다.
결국 1990년대 중엽 이후 한국대학교에서 북한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소련식 국가사회주의를 믿는 사람들도 사라졌습니다. 벌써 15년 전부터 대부분의 남한 학생들은 북한에 대한 관심도 없고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싫어합니다.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폭력혁명보다는 단계적인 계획을 통해서 사회주의 국가로 가는 길을 논합니다.
한국의 젊은 학생들 가운데 주체사상이나 공산주의 혁명에 대하여 희망과 착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석기와 같은 사람들이 중년이 넘은 사람들 가운데 지지자를 얻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대 한국에서 극히 일부의 50대 사람들은 평양에 대해 여전히 환상을 갖고 있지만 그들의 부모들이나 자녀들은 이러한 환상을 우스운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