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에서 나오는 소식을 보면 북한 당국자들은 제2차 화폐개혁을 검토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7월에 경제연구라는 잡지는 정부가 현금을 통제하고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8월에 김일성 종합대학 교수는 내용이 비슷한 발표를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발표가 나온다면 학자들이 개인연구와 그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북한에서 이렇게 중요한 주제를 두고 학자 개인이 자유로운 연구로 발표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이와 같은 발표를 보면 북한이 2009년처럼 화폐개혁을 준비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최근 북한 경제 동향을 보면 화폐개혁을 할 필요가 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다. 화폐개혁을 실시하는 목적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을 가로막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2009년 화폐개혁은 인플레이션을 가로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었던 이유는 화폐개혁을 실시했을 때 중요한 잘못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공산주의 국가의 경우를 보면 화폐개혁은 주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고통과 고난을 가져다 주지만 물가상승만은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북한의 물가는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조선화 대 미국달러 환산율을 보면 3500:1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년 사이에 6500:1, 또는 7000:1까지 올랐습니다. 이와 같은 상승세는 북한의 경제를 크게 위협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 정권이 또다시 화폐개혁을 한다면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2009년에 화폐개혁을 단행했을 때 나라는 심각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당시에 화폐개혁 때문에 심한 손실을 입었던 장사꾼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까지 고생이 많았습니다. 북한주재 외교관들과 유학생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보면 당시 수많은 북한사람들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하고 자신의 불만과 짜증을 숨기지 않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화폐개혁 직후 2010년 초에 북한에서 대규모 반란까지도 가능한 상황이 얼마 동안 지속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정부가 지금 다시 한번 화폐개혁을 한다면 보다 더 큰 정치적인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폐개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애써 저축한 돈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물론, 북한 사람 대부분은 말조심을 합니다. 말조심을 하지 않는 사람은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북한사회는 감시와 통제가 많이 풀어졌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과 반대가 더 쉽게 나타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지도층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물가상승률을 막지 못한다면 민중의 불만이 많이 커지고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화폐개혁을 통해 물가상승을 막으려고 시도한다면 보다 더 큰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