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에서 심각한 홍수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북한 관영언론은 이번 홍수가 전례가 거의 없는 대재앙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사실일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국제사회가 북한식량 상황에 대해서 신경을 쓸 이유가 전보다 많지 않습니다.
규모가 같은 홍수가 10년이나 15년전에 생겼더라면 북한은 1990년대 말 수준의 기근에 다시 빠질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홍수 때문에 식량상황이 잠깐 어려워질 수도 있지만 재앙이 생길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기본 이유는 장마당 경제 및 2013년부터 시작한 토지개혁 때문입니다.
토지개혁은 김정은 정권이 이룬 제일 큰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12-13년부터 북한은 분조를 중심으로 하는 포전담당제를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말로는 분조라고 하지만 수많은 경우 한두 가족이 같이 일하는 분조이니까 사실상 농가를 중심으로 하는 농업관리 체제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식량을 분배받지 않는 대신에 농민들은 거둔 수확의 일정 비율을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북한 선전일꾼들이 인정하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이 개혁은 1970년대 말 중국에서 시작한 농업개혁과 매우 유사합니다. 중국의 경우 이와 같은 토지정책은 사실상 식량문제를 짧은 기간 안에 잘 해결했고 중국 사람들이 100% 먹을 수 있게 했습니다. 중국에서 농가를 중심으로 하는 농업, 사실상 개인 농업을 시작한 지 6-7년 되었을 때 식량생산은 30%정도 증가했습니다.
북한도 지금 비슷한 좋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흉년이나 홍수 때문에 식량상황이 다시 나빠질 수도 있지만 대체로 말하면 10년이나 15년 전에 비하면 북한사람들의 식생활이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마당도 중요합니다. 지금 어느 지역에 식량 부족이 생긴다면 기타 지역에서 장사꾼들은 식량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돈벌기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돈벌이 활동 때문에 기근이 생긴 지역에도 며칠이나 몇 주 이내에 충분한 식량이 도착합니다.
북한에 장마당이 없었을 때는 국가가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비극적인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국가 간부들은 장사꾼들만큼 식량을 빨리 움직이는 능력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간부들은 명령을 받고 일할 뿐이지 그 결과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반대로 장사꾼들은 빨리 움직인다면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 즉 시장경제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기주의적인 행위, 윤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행위가 인민의 공동 이익을 도와주도록 할 수 있는 태도입니다.
이 모습을 보면 제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고 김정일 위원장은 90년대 이러한 장마당을 단속하지 않고 포전담당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더라면 고난의 행군으로 알려진 대규모 기근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6.28방침과 같은 정책을 20년 전에 제대로 시작했더라면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죽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대기근 당시에 돌아가신 분들을 살려낼 방법은 없습니다. 비록 늦게라도 지금 이러한 정책을 시작한 것은 그나마 큰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