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미래 준비에는 교육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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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지 25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세계도,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국가들도 많이 변하였습니다. 이들 나라들이 공산주의 체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과도기적 경험을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소련에서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이후,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은 계층과 가장 많은 것을 잃은 계층이 어떤 사람들이냐는 질문입니다. 특히 북한 사람들이 이 같은 질문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도 조만간 비슷한 과도기를 겪어야하므로 소련의 이러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북한에서도 장마당 시대가 20년 전에 시작되었으니 이와 같은 과도기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시장경제에 적응하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변수는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하나는 공산주의 붕괴 이전에 받았던 교육수준이며 또 하나는 시장경제에 의한 경제발전이 시작되었을 당시의 사람들의 나이입니다. 쉽게 말하면, 학력이 높을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좋았다는 뜻입니다.

교육에 있어 전공과목이 어느 정도는 중요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상 좋은 교육이란 생각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많이 발전시키는 것이므로 역사, 수학 등 어떤 전공도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전공에 비해 시장경제에 더 중요하고, 활용가치가 높은 전공이 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는 컴퓨터 기술자들의 활용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당시 컴퓨터가 보편화, 대중화되었기 때문에 회사의 컴퓨터를 관리할 줄 아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았습니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능력 역시 매우 중요했습니다. 1990년대부터 러시아가 무역 및 대외 경제 협력에 주력했기 때문에 외국어로 의사소통할 수도 있고, 서류를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경제와 금융 분야의 전문가들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소련 시대 경제학을 배운 사람들은 시장경제를 그리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비록 부족하지만 지식이 있다는 것은 아무런 지식이 없다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대학에서 경제를 배운 학생들이 많이 성공하였습니다.

기술을 배운 학생들은 초기에는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구조 변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1990년대의 소련공업이 위기에 빠지게 되어 젊은 기술자들에게 얼마 동안 직업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러시아 공업이 다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기술직은 다시 인기 있는 직업이 되었습니다.

역사나 사회학을 비롯한 인문학은 외국어, 기술, 경제학만큼 시장 경제의 성공을 위한 기반으로 매력적이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대학을 다니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기회가 매우 많습니다. 사실상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붕괴 이후,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대우가 공산주의 시대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것을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나이가 젊을수록 급변하는 상황에 더욱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의 구조와 질서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젊은 사람들은 믿기 어려울 만큼 빨리 출세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나이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체제에 적응하는데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구소련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미래를 위해서 준비하는 방법으로 교육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