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중 관계개선과 동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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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열병식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김일성 주석 시절 북한은 열병식을 총 13차례의 열병식을 실시하였지만 집권한 지 채 4년도 안 되는 김정은 시대에 열병식은 5차례나 있었습니다.

지난 10월 10일 진행된 열병식은 북한 역사에서 전례 없이 규모가 큰 열병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열병식에 대한 소식을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점은 인민군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북한 열병식은 약 3년 동안 위기에 빠져 있던 북한과 중국 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중국이 평양 열병식에 참가하였고 중요한 대표단도 보냈습니다. 대표단 단장이었던 류위산이란 중국 간부는 중국 공산당에서 5번째로 높은 간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표단도 수십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김정은 시대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중국 대표단이었습니다.

이번에 중국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의 내용도 칭송적인 표현이 많습니다. 중국과 북한의 대를 이어 온 우호 관계를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칭찬의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이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2013년부터 북 · 중 관계가 열악해진 이유는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국제 관계나 외교에서 우호 관계와 같은 듣기 좋은 말들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이익 및 국제 전략에 관한 것들입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중국과 북한은 서로 매우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매우 중요한 완충 지대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혁명이나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다면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 대부분이 남북한의 통일을 무섭고, 두렵게 생각하고 있지만, 중국만큼 두려움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을 반대하고 있지만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안정적인 분단 상태로 남아있는 현상유지를 원합니다.

북한 국가도 역시 중국이란 국가를 매우 필요로 합니다. 사실상 현 상황에서 대북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중국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무역 구조를 감안하면 북한과 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나라도 중국 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북한 지도부는 러시아에 대한 기대가 많았지만 그러한 희망과 기대는 터무니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항들은 감안하여 볼 때 북한과 중국이 2013년부터 관계가 악화된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중국 시진핑 주석과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서로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이 두 나라의 관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정책을 위험한 모험주의로 생각하고 중국 안전을 간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렇다고 하지만 현재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 구조를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현 단계에서 북한과 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임을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북한과 중국이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사실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