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1991년 인민혁명의 최고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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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구소련, 즉 러시아 사람입니다. 소련에서 태어나 지난 25년 동안 해외에서 살고 있지만 매년 한두번 정도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도시를 방문합니다.

북한 관영 언론은 지난 25년 동안 러시아의 모습이 지상 지옥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물론 문제는 남아있지만 대체적으로 지난 25년은 러시아 역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경제 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7-8년 정도 힘든 과도기를 보냈지만 그 후 국민들의 생활은 좋아졌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를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해외 여행입니다. 1991년 반공산주의 인민 혁명의 승리까지 러시아 사람 대부분은 해외를 여행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지금 북한에 비하면 소련 사람들의 해외 여행은 훨씬 많았지만 오늘날 만큼은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외여행을 가는 러시아 사람들은 절대 특권층, 부유층이 아닙니다. 러시아 출입국 통계를 보면 이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의 통계를 보면 해외로 관광하러 가는 러시아 사람은 한 해에 1,500만 명에서 2,000만 명에 달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러시아 루블화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관광객 숫자가 줄었습니다. 그래도 지난 2015년 여행자 숫자는 1,500만 명 정도입니다. 러시아 인구가 지금 1억 4000만명이기 때문에 매년마다 전체 인구에서 10명 중에 1명 꼴로 해외 여행을 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3년 전에 우리 서울 집에 러시아에서 온 손님 한 분이 방문했습니다. 당시 89세가 된 제 어머니의 친구였는데 그 할머니는 자기 연금으로 비행기표를 사 서울로 와서 한 달 정도 머물렀습니다. 어머니의 친구는 젊었을 때 비행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기사로 일하다 은퇴한 평범한 노인이고 지금 그의 아들도 항공사 기사입니다.

2015년 통계를 보면 러시아 사람들이 제일 관광을 많이 간 국가는 애급과 터키입니다. 각기 200만 명의 러시아 관광객들이 방문했습니다. 두 국가 모두 물가가 싸서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러시아의 추운 겨울을 피해 여행을 떠나 이곳에서 바다 수영을 즐깁니다. 애급과 터키를 이어 러시아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나라는 독일, 이태리, 스페인 그리고 태국입니다. 각기 약 50만명 정도입니다. 이들 국가는 물가는 비싸지만 러시아와 매우 가까워서 기차표나 비행기표가 쌉니다.

아마 지금 러시아 사람들에게 1991년 반공산주의 인민혁명의 최고 혜택, 가장 좋은 부분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해외 여행의 자유화를 꼽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