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1월이 되었기 때문에 북한의 올해 수확량에 대한 최초 추정을 할 수 있는 때가 왔습니다. 물론 올해 말경에나 나올 정확한 수확량을 미리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나온 추정 수치를 보면 올해도 북한 수확량은 꽤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여름 북한에서는 극심한 가뭄이 있었습니다. 그때 북한 언론은 100년 만의 가뭄이 왔다면서 가뭄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초순에는 가뭄에 이어 큰물 피해까지 있었습니다. 라선을 비롯한 북한 도시는 큰물 피해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가뭄도, 홍수도 북한 식량 작황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10년이나 15년 전만 해도 좋은 기상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식량부족으로 큰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년 동안 북한은 1980년대 후반기 이후 보지 못했던 풍년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합니다. 북한 식량상황이 많이 개선된 이유는 2012년부터 실시하기 시작한 포전담당제 때문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북한농민들은 수확을 전부 국가에 바치지 않고 일부는 자신이 차지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수확량의 30-40% 내에서 그들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았습니다.
그 새로운 정책은 성공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1950년대 말부터 북한 농민들은 국가에서 배급해주는 식량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가을철 수확량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거나 열심히 하지 않거나 농민들이 얻는 것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포전담당제 덕분에 농민은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노비보다는 소작농에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작농이 노비나 노예에 비해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소작농은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자신의 몫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포전담당제의 힘을 잘 보여주는 예로 1980년대 초 중국을 들 수 있습니다. 중국은 등소평 시대 개혁과 개방 정책을 실시하면서 가장 먼저 포전담당제를 도입했습니다. 결국 7년이 채 지나지 않아 중국의 알곡 생산량은 1.5배나 증가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1980년대 초, 국가에 돈이 별로 없었던 중국은 농촌의 농장들에 새로운 기계나 더 많은 비료를 보내지 못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과 같은 수확량의 증가를 가져온 것은 오로지 농민들의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북한의 식량상황이 개선된 것 또한 포전담당제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상교육이나 생활총화 등으로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일할 수는 있지만, 자신들이 일한 만큼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근로의욕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들이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하게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과에 따라 보상을 다르게 하는 방법뿐입니다. 농업에도, 공업에도, 봉사에도 이와 같은 원칙이 동일하게 작용합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포전담당제의 성공을 확인하는 동시에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1980년대 초 포전담당제로 식량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중국이 농업분야의 개혁에만 머물렀더라면 지금처럼 눈부신 경제성과를 이뤄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포전담당제는 개혁과 개방을 위한 첫걸음에 불과했습니다. 1980년대 초부터 중국은 공업분야는 물론 봉사분야(서비스업)에서도 시장경제 원칙을 적용하였기 때문에 마침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북한도 이와 같은 정책을 실시해야만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