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투자유치 없이 북 고성장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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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6년동안 북한경제가 좋아진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포전담당제의 도입과 시장에 대한 단속완화 덕분에 북한 경제성장률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제일 낙후한 나라인 북한은 어려운 정치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고도경제성장을 지속해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이라는 나라가 어느 정도 지속적 성장은 가능하겠지만 체제안정을 위해 필요로 하는 고도경제성장을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북한이 5-6% 정도의 고도성장률을 이룩하기 어려운 이유는 해외로부터의 투자부족 때문입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지도부는 해외투자를 환영한다고 말하지만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을 너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북한측이 지금 투자유치를 못하는 이유는 첫째로 자기 나라경제에 대한 과장된 평가입니다. 북한 간부들은 북한이라는 나라가 외국 투자자에게 매력이 많은 나라인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포장도로도 거의 없고 전력난이 매우 심하고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도 없는 북한은 이러한 문제점들이 전혀 없는 중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매력이 없습니다.

둘째로 북한지도부는 해외투자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 교통, 통신 등이 먼저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들은 외국 사업가들이 북한에 공장을 짓고 생산을 할 생각이 있다면 공장뿐만 아니라 필요한 도로나 철도, 그리고 제반 시설을 자비로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내건다면 어떤 외국 사업가들도 북한과 협력사업을 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세계 어디서나 교통과 통신, 그리고 전기를 제공하는 것은 외국투자를 유치하려는 국가가 담당해야 할 몫입니다. 북한이 이러한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해외사업가들은 북한보다 중국이나 베트남, 그리고 동남아 국가를 찾아갈 것입니다.

셋째로 북한은 외국 투자자들이 회사를 설립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이러한 외국투자자의 수익을 불법적으로 몰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국사업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강도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것은 약탈 행위와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에 제일 많이 투자를 한 회사는 이런 약탈을 당했습니다. 북한에서 이동통신을 개발한 오라스콤 회사는 수익을 올리기 시작하자 북한에서 번 수입을 해외로 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오라스콤 회사의 회장 입장이라고 하면 불만과 짜증이 많을 것입니다

바꾸어 말해서 이집트 회사는 북한에서 돈을 벌고 있지만, 이 경우에는 돈을 벌어도 쓸모가 없습니다. 물론 오라스콤 회사가 북한에서 사실상 약탈당한 경험 때문에 다른 해외 사업가들은 북한에 투자할 의지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당국자의 이러한 악명 때문에 북한과 사업을 하는 외국 회사들의 기본 원칙은 선불입니다. 바꾸어 말해서 북한측이 돈을 먼저 지불해야만 물건을 보낼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순수한 무역이면 별 문제가 없지만, 조금 더 복잡한 투자 협력이면 이러한 조건으로 사업이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외국투자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되지 않고서는 해외투자 유치가 불가능하고 해외투자 유치 없이 지속 가능한 고도경제성장은 불가능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