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 경제와 달러화, 위안화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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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가 갖고있는 흥미로운 특징 중의 하나는 북한내에서 북한 돈이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장마당이나 가게에서 양말이나 간장 1병 같은 간단한 물건을 살 때 조선돈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 소비품이나 집 입사증 같은 고가의 물건이나 중요한 거래는 무조건 중국 위안이나 미국달러로 지불해야 됩니다. 북한 기업소도 중요한 거래를 할 때 북한 돈보다 외화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보면 드물기는 하지만 가끔 이러한 상황에 처해있는 나라를 볼 수 있습니다. 자기 나라의 화폐를 사실상 사용하지 않거나 공식적으로 폐지한 나라들까지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이러한 화폐정책을 실시하는 나라들 중에는 반미 경향이 심한 나라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짐바브웨입니다. 정치를 보면 미국과 서방을 많이 비판하고 대부분 아프리카 나라보다 북한과 훨씬 가까운 관계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나라는 공식적으로 외화를, 사실상 미국 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 화폐를 폐지했습니다. 중미 파나마도 비슷하고, 구라파의 몬테네그로라는 나라도 그렇습니다.

이들 나라가 외화를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은 원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즉 물가폭등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정부는 경제위기 때 돈을 많이 찍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화폐가치가 떨어질수록 물건값은 더 비싸지고 더 많은 화폐가 필요해집니다. 그 때문에 달러 같은 외국 화폐를 쓴다면 정부는 필요없는 화폐를 더 많이 발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국내 물가가 안정화됩니다. 이것은 북한 역사와 매우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에도, 2000년도 초에도 특히 2009년 화폐개혁 이후에 물가폭등을 경험하였습니다. 지금 북한 내부에서 사람들이 외화를 이 정도라도 쓰지 않았더라면 조선돈의 가치는 해마다, 매 달마다 많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외화를 많이 쓰는 것은 옛날 사람들이 종이로 만든 돈 대신에 금이나 은으로 만든 동전을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외화이든 금화이든 그 가치는 한 나라의 국내 사정 때문에 갑자기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말하자면 북한경제의 달러화, 위안화 사용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경제가 많이 좋아진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화폐의 안정입니다. 그러나 달러화 사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화폐의 안정화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말하면 달러화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중앙은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곳의 기본 임무는 화폐를 발급하여서 경제를 관리하고 경제 위기를 회피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선진국에서 중앙은행은 자율권이 많습니다. 국가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은 단기적인 목적 대신에 전략적인 목적을 중요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게 서서히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시작한 북한은 조만간 북한 돈에 대한 신뢰를 확실하게 세워야 합니다. 이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빨리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예를 들면, 세계 어디에서나 미국 달러화는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달러화가 신뢰를 받는 이유는 미국경제가 안정되어 있고 정부가 마음대로 필요없이 달러화를 찍어내지 않으며 화폐개혁을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정부가 지금이라도 북한화폐 관리를 책임있게 준비한다면, 나중에 북한 사람들도 자기 나라 화폐에 대한 믿음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이것은 아직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북한사람들은 자전거나 냉장고, 텔레비전을 살 때 조선돈 대신 여전히 미국돈이나 중국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