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 무력도발, 체제유지 도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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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도 이제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2012년의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긴박해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이 다시 한 번 2010년처럼 무력도발을 하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저는 누구든지 섣불리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북한의 도발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북한 지도층은 나름대로 합리주의적인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도발을 감행하고 온갖 방법으로 긴장을 고조시킬 때는 그렇게 하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반대로 그들은 안정과 긴장완화를 필요로 할 때에는 무모한 도발과 같은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 정치인들이 추구하는 기본 목적은 남한과 미국에서 조건 없는 대북지원을 다시 시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에 지원을 제공하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합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북한 국내외 정책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은 간섭과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북한 정권은 중국의 지나친 간섭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지나친 영향력을 가로막기 위해서도 미국, 한국과의 관계개선과 지원이 필요한 입장입니다.

2010년에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해 격침케 한 것이나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이유는 북한 지원을 중단해버린 남한 이명박 대통령을 협박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들이 평양에서 서울로 보낸 편지의 내용은 남한이 북한으로 조건 없이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도발을 계속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키고 남한경제에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을 보면 북한이 조금은 낙관적으로 생각해도 좋다고 할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남한에서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은 대북지원을 반대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은 대북지원과 북한에 대한 일반적인 양보를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때문에 북한정권의 희망은 내년 선거 이후 남한에서 진보세력이 다시 권력을 장악한다면 다시 한번 2000년대처럼 대북 지원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타당한 생각입니다.

그러나 남한은 북한과 같은 세습 독재국가가 아닙니다. 남한정치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에 의한 선거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국민들이 지지하는 인물이나 정치세력만이 정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보면 남한의 주민들, 즉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잡아야 합니다. 적어도 남한의 투표자(유권자)들이 북한정권에 대해 짜증과 분노를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0월 하순 남한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 선거의 결과로 진보경향 세력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소식입니다. 최근에 남한에서 진보세력의 영향이 커지고 있고 그들이 다음 선거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현시점에서 도발을 감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이 다시 한 번 대규모 무장 도발을 강행한다면 남한의 투표자들은 북한을 비판적으로 보는 우익세력을 지지할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도발은 물론 남한에 대한 비난 등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남한 정치의 흐름을 잘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