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을 보면,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진 다음에 공산당 간부들이 다른 계층보다 아주 심한 고생을 겪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소련에서 태어난 러시아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을 들을 때마다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 저희 가족들에게도 북한의 이러한 선전을 들려주면 가족 모두 웃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러시아 사람들은 소련붕괴 이후 옛 공산당 간부만큼 잘 사는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 러시아 자본주의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대기업 주인 가운데 1970-80년대 공산당 경제일꾼이나 공산당 간부가 아니었던 사람들이 없습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구소련 국가를 봐도 매우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1980년대 말 소련에서 공산당식 옛날 사회주의 체제가 민중항쟁 때문에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나이가 많은 공산당 간부들은 변화를 무섭게 생각했지만 젊은 간부들은 압도적으로 사회주의 붕괴를 환영하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소련에서 자본주의 경제 발전이 막 시작되었을 때 간부들만큼 새로운 사회 체제에 적응할 능력이 있는 사회계층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경영과 행정경험도 있었고 필요한 교육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좋든 싫든, 간부들 대부분은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그들이 처음부터 국가 재산을 통제했습니다. 지배인이면 그 밑에 있는 공장을 사실상 통제했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 소유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 초 소련공산당 간부와 경제일꾼들은 하루아침에 사업가나 회장, 기업소 주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들 가운데 시장경제에서 일할 기회를 갖지 못했거나 실패한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압도적인 숫자의 소련시절 간부들이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사회주의시대에도 잘 살았지만 지금 그보다 훨씬 더 잘 살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시대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지중해에서 궁전을 살 수도 있고, 군함만큼 큰 요트를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 그들이 소유한 것은 진짜 그들의 개인 소유입니다. 사회주의 시대 그들은 현재의 직책에서 물러난다면 연금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못 받았습니다. 그들이 직장에서 힘이 있을 때 즐겨 쓰던 자동차나 특별 공급은 다 사라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계속 사업을 하기가 싫다면 그냥 궁전과 같은 집에서 살 수도 있고 생활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산을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 지 모릅니다. 한편으로 보면 그들은 우리 소련 사람들의 부모님들이 만들어 주신 재산을 사실상 훔쳐 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지금 그들은 시대착오적인 국가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시장 경제를 잘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소련시대 자동차를 탔던 지배인은 지금 사장이 되었고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있지만 소련시대 자전거를 탔던 노동자들도 지금은 좋은 자가용 승용차를 몰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좋은 것이다, 나쁜 것이다라고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