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북한의 심각한 가뭄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보통 국내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로동신문까지 북한의 가뭄 상황이 쉽지 않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북한 농민들은 좋은 수확을 거두어 들였습니다. 확실한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작년만큼 풍년이 아닐지라도 아주 괜찮은 수확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북한 언론은 당연히 이것이 김정은의 지도 덕분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이것이 완전히 거짓된 선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시작한 새로운 정책이 식량생산의 개선을 초래한 요인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정책의 기반은 6.28방침에 의해 생긴 변화입니다. 요즘 북한 농민들 대부분은 같은 밭에서 농사를 짓고, 수확의 일부는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 많은 경우에 농가는 ‘분조’로 등록하고 사실상 기본 생산 단위가 되었습니다. 결국 북한 농민들은 자신이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 더 잘 살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열심히 일할 이유가 생겨난 것입니다.
이것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입니다. 더 일을 잘하는 사람이 더 잘 살게 되는 시장경제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유는 바로 경제적인 효과 때문입니다. 아시아 공산주의 역사를 보았을 때, 이 원칙을 처음에 깨닫고 적용하기 시작한 나라가 1970년대 말의 중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70년대 말에 중국은 6.28방침과 아주 유사한 농업 개혁을 시작하고 짧은 기간 내에 농산물 생산성을 많이 향상시키며 식량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간부들이 농업 경영을 책임지는 소련식 공산주의 체제나 지주들이 농민들을 감시하고 착취하는 봉건주의 체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농업개혁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 덕분에 중국사람들은 이제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3000년 중국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중국의 경우, 1970년대 말의 농업개혁은 시장경제도입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었습니다. 80년대 들어와 중국 공산당은 농업뿐만 아니라 공업 부문에서도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등소평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이 깨달은 것은 공장이나 기업을 잘 경영하는 사람은 공산당이 임명한 지배인이 아니라 기업에서 더 큰 이익을 남겨 더 잘 살게 되는 사업가라는 것입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와 같은 개혁 이후 중국 경제는 우후죽순처럼 순식간에 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북한도 같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요즘 북한에서도 지배인들이 독립채산제하에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개인사업가처럼 경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지배인들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한 뒷받침이 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것은 아주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됩니다.
현대세계에서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유일한 경제제도는 역시 시장경제입니다. 물론 시장경제라고 해서 아무런 문제점이 없는 경제체제는 결코 아닙니다. 사회의 양극화, 지나친 상업화 등은 시장경제 체제가 초래한 문제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 지도자들도 이러한 엄연한 현실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북한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 지도층의 생각이 바뀌어 시장경제를 시도하는 것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