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시장경제 속 빈부격차는 필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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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북한 경제가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조짐이 많이 보입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여전히 경제가 어렵고 가난한 나라이지만 김정일 시대에 비하여 경제 상황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이처럼 경제가 나아진 이유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장마당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의 자발적인 시장화입니다. 1990년대부터 북한에서도 조용하게 기초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시장 경제에 의해서 초래되는 것은 성장과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 양극화도 있습니다. 시장경제가 발달하다 보면 빈부격차에 의한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게 되어있습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시골뿐만 아니라 평양도 아직까지 강냉이 밥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주민들이 많지만 돈주들과 간부들은 호화스런 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있습니다. 최근에 평양에서 고급식당이 우후죽순처럼 싹트고 있습니다. 광복거리에 있는 ‘오리고기 전문식당’과 같은 고급식당에서 식사비용은 일인당 미국 돈으로 50달러까지 합니다.

물론 북한 주민 대부분은 이와 같은 경제양극화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필자도 1970-80년대 소련에서 노동자의 집 아들로 자라났을 때 이웃 사람들이 했던 비슷한 이야기를 잘 기억합니다. 물론 1980년대 구 소련에서의 빈부격차는 지금의 북한만큼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구 소련에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가를 알면 알수록 빈부격차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경제발전에 따른 사회 양극화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민의 생활을 개선하는 기본 조건은 경제성장이지만 현대세계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가져올 제도는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뿐입니다. 구 소련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모방했던 사회주의 진영국가들이 짧은 기간 동안 경제발전을 기록했지만 결국 만성적인 위기와 침체에 빠져 무너졌습니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가능케 하는 시장경제는 불가피하게 빈부격차를 야기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빈부격차가 바로 빈익빈, 부익부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사실상 북한 선전일꾼들이 운운하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시장경제에서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시장경제가 자리 잡히면 잘 살던 사람들이 더 잘 살게 되고 어렵게 살던 사람들은 조금은 형편이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개혁과 개방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성공한 중국이 좋은 사례입니다. 중국은 과거 모택동의 문화혁명시대가 오늘날에 비하면 인민 모두가 평등한 사회였습니다. 당시에 중국에서는 간부라도 매일 고기요리를 먹을 수 있으면 부자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성공한 중국 사업가들은 아주 사치스럽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도 시장경제 덕분에 모택동 시대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생활 수준을 즐기고 있습니다. 양극화가 많이 심해졌지만 인민의 생활이 전반적으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원칙입니다.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하고 또 그들이 노동자 평균보다 훨씬 잘 벌 수 있어야 됩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소득불평등을 필요악으로 용인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한 예가 돈을 많이 버는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소득이 평균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회복지정책을 실시하고 교육과 의료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더욱 활성화 되고 경제개혁이 자리 잡히게 되면 소수의 부자들이 많이 생겨나고 이들은 고급식당에서 엄청난 돈을 식사비로 쓰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가 나아지면 일반서민들도 잘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집에서 살고 자녀들을 잘 교육시키고 병원에서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빈부격차를 너무 큰 문제로 볼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