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북한관련 소식으로 장성택 숙청만큼 중요한 소식이 없습니다. 외국에서도 장성택사건 때문에 북한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65년의 북한 역사를 보면 장성택 숙청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기도 한 장성택을 처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의 사정을 감안해 보면 장성택 실각은 거의 불가능하게 보였습니다. 거의 20년 동안 후계자로 활동했던 김정일과 달리 젊은 김정은은 2010년에 후계자로 정해진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은 자기 주변에서 나이가 젊고 세계관이 비슷하며 믿을 만한 간부들을 많이 찾을 수 없었고 아버지 시대의 원로 간부들을 통해서 나라를 다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북한 지도부를 살펴보면 최고 사령관의 나이가 30세인데 그 측근들 대부분은 70세 내외의 노인들입니다.
젊은 지도자가 원로 간부들을 마음대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고방식도, 가치관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젊은 나이의 간부들을 요직에 앉혀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정치 노선을 시행할 수 있으려면 나이가 좀 젊은 측근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은 불가피하게 아버지 시대의 간부들을 점차 대체해야 합니다.
작년에 김정은 정권은 리영호 차수를 비롯한 고위급 군인들을 많이 숙청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노동당과 정부 기관에 대한 숙청을 할 때가 왔습니다. 이 원로 간부들 가운데 장성택은 힘도 영향력도 제일 커서 당연하게 첫 숙청 대상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장성택을 개인적으로 너무 미워했다고 전해집니다. 김정은의 증오심을 야기한 것은 장성택이 원래 했던 후견인의 역할입니다.
2010년에 김정일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기 시작했을 때 그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낙점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지도자를 도와주는 역할을 맡을 원로 간부들을 임명하였습니다. 이러한 후견인들은 고모인 김경희, 고모부인 장성택 그리고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등입니다. 김정일의 희망은 장성택을 비롯한 후견인들이 경험이 별로 없는 김정은을 도와주고 정치를 가르쳐주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리영호나 장성택과 같은 인물들이 김정은만 할 수 있는 일에 간섭하기 시작했고 그가 듣기 싫어하는 조언을 많이 제공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이들 후견인들을 증오하게 되었고 권력기반을 강화한 직후에 그들을 숙청했습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증오감이 장성택의 체포와 처형을 설명해줍니다. 북한 역사를 보면 숙청을 당한 고급간부들이 사형을 당한 적이 없지 않지만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은 장성택의 체포를 자신이 연출한 정치극장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최고 지도자의 개인적인 증오 및 짜증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숙청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김정은의 정치 논리를 보면 그의 목적은 고급 간부계층의 전면 대체입니다. 그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는 훨씬 더 많은 북한 최고위층의 실각 소식을 듣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