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8일 이후, 원산 근처에서 단거리 발사체 여러개를 동해상으로 잇달아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발사 전에 통상적으로 취하는 항해금지구역 설정도 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쏴 올렸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산된 저강도 도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남한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한 답변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지난 14일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궤변이라며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측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게 팩스를 보내 '지난 3일, 남측에 개성공단 물자 반출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는데 남한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숨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 정부는 '그런 일은 있지만, 우리 측이 공식 채널을 통해 논의하자고 했는데도 북측이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북한은 남측의 공식 회담제안은 거부해 놓고 입주기업들에게 사실의 일부만을 슬쩍 흘려 남한 정부와 입주기업 간의 갈등을 조장한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은 단거리 유도탄 발사를 통해 남한 측을 향한 겁주기 전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 유도탄은 KN-02 단거리 지대지(地對地) 미사일을 개량한 KN-09 신형 미사일이거나 또는 300mm 이상의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남한 군당국이 분석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두 가지 모두 사정거리가 100km 이상이기 때문에 북한이 유사시 발사할 경우, 오산에 있는 미군 공군기지와 충남 계룡시에 있는 남한 3군 본부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신형 무기들입니다.
얼마 전, 한‧ 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공동대응 방침이 발표된 후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이번에 유도탄을 발사한 것은 한‧ 미를 겨냥한 시위의 측면이 강합니다. 그리고 남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발사 시점으로 봐 일본을 의식한 점도 없지 않습니다. 북한은 최근 아베 총리가 파견한 이지마이사오 내각관방 참여에게 형식상 국가원수인 김영남을 만나게 해주면서 크게 환대했습니다.
납치 일본인 문제 논의를 고리로 삼아 한‧ 미‧ 일 3국의 북핵 공조체제에 균열을 유도하려는 의도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열릴 북, 일 협상에서는 일본인 납치문제와 함께 과거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한 배상금 문제가 주요 의제로 제기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이에 대비한 협상 입지 강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보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북한의 유도체 발사는 사전에 면밀히 계산된 다목적 도발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의 얄팍한 꼼수에 속아 넘어갈 나라가 없다는 사실을 북한은 알아야 합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것이 한‧ 미의 확고한 대북정책이며, 일본 역시 북한과의 협상에서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대화거부로 인해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될 경우 북한 측이 입게 될 경제적, 외교적 피해는 돈으로도 다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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