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신년사설 통해 본 북 유화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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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남 사이의 대결상태 해소를 위해 남조선 당국은 반통일적 대결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면서 "민족 공동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북남대화와 협력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은 경제문제에 관해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자"고 강조하면서 "농업부문은 인민생활 문제 해결의 생명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신년사에서 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을까. 김정일은 김일성 출생·100년이 되는 내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강성대국은 사상, 군사, 경제 분야에서 강국건설을 의미하는데, 사상강국은 주체사상으로, 군사강국은 핵개발로 이미 완성되었으나 경제강국이 아직 달성되지 못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강국건설을 위해서는 경공업과 농업 발전을 통한 인민생활 향상이 급선무라는 관점에서 경공업 혁명과 식량증산을 부르짖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한 수단으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북대화가 열려 진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당국의 진정성이 표시되어야 합니다. 북한당국의 과거 행태를 보면 대남 도발을 자행해 놓고 불리하다 싶으면 대화 쪽으로 선회하는 전술을 수없이 자행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의 경우도 북한이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국제적 비난과 고립을 불러오자 국면전환용으로 남북대화를 앞세워 평화공세로 나온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면서 대화의 댓가로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도 받아내려는 2중 포석이 깔려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얄팍한 북한의 술수에 넘어갈 남한이 아니라는 점을 북한당국은 알아야 합니다.

특히 북한당국이 신년사설에서 "이 땅에서 전쟁의 불집이 터지면 핵 참화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고 밝힌 것은 남쪽을 향한 고도의 협박으로서 대화와 위협을 병행하는 2중전술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족의 머리 위에 핵폭탄을 퍼부을 수 있다는 북한당국의 태도에서 대화의 진정성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습니까.

또 경공업 혁명을 부르짖고 있는 북한당국은 25년이 지나도록 왜 이것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지 근본원인을 생각해야 합니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주체철, 주체섬유, 주체비료를 대량으로 생산 할 수 있는 휘황한 전망이 열렸다."며 "원료, 자재생산을 주체화, 국산화하기 위한 투쟁에 힘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말은 결국 철, 섬유, 비료 등 자재를 자력갱생방식에 의해 해결하겠다는 뜻인데, 극히 제한된 북한의 경제 형편상 이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직 유일한 해결방도는 경제체제를 개방, 개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한 북한 경제 회생은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신년사설은 남북관계나 북한경제에 희망보다 어두운 그림자를 가져오고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