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김정은의 공포정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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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국이 김정일 후계자 김정은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주민들에 대한 공포정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고위소식통에 의하면 김정은이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공포정치의 막을 올렸다면서 그 근거로서 몇 가지 사례를 지적했습니다. 우선 김정은이 탈북자들에 대한 무조건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북한군은 그동안 탈북자가 중국 땅에 들어서면 더 이상 총격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작년 12월 14일,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중국 땅을 밟은 북한 주민 7명이 북한군의 사격으로 5명이 사살되고 2명이 부상당한 채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당국은 최근 징역 몇 년이면 될 사회적 범죄에 대해서도 무조건 공개처형 시키는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예로서 작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만 인신매매와 강도 등의 혐의로 최소 6명이 공개처형 됐다고 합니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공개처형 된 북한주민은 확인된 사례만 60명에 달하는데 이는 2009년의 3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그러면 공개처형이나 사살명령이 왜 이처럼 증가하고 있는가.

그것은 계속되는 식량난 등 민생고에 김정은 3대 세습 강행에 대한 주민 불만이 겹치자 북한 당국이 체제단속을 목적으로 공포정치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28세가 된 김정은은 후계자로 주민들에게 내세울 업적이 아무것도 없는 철부지 애송이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당국은 김정은의 얼굴, 머리 모양 등을 김일성처럼 꾸미게 하고 옷과 걸음걸이도 김일성 흉내를 내게 함으로써, 김일성이 환생한 듯 한 인상을 북한주민들에게 심어주어 지도자상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또 북한당국은 김정은이 세 살 때에 사격의 명수가 됐고 한시를 척척 받아써 주위사람을 놀라게 했다는 등 우상화 작업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냉담하자 그는 "내가 어리다고 우습게보지 말라"는 식으로 공포정치의 막을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통치수법은 사실상 김일성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서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삐에르 라굴로'씨는 1997년에 출간한 '공산주의 흑막' 이라는 책에서 북한정권 수립이후 노동당의 숙청으로 숨진 사람은 10만 명이고, 강제수용소에서 죽어간 사람은 모두 150만 명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한 김정일도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으로 사회가 극도로 혼란해지자 '총소리를 울려라'고 인민보안부에 지시해 절도범까지 총살 시키는 공포정치를 한 바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정은의 공포정치도 그 할아버지, 아버지가 했던 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포정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겠느냐 에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당 간부나 주민들 사이에는 면종복배(面從腹背) 심리가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장은 칼날을 피하기 위해 겉으로 복종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안으로는 불만이 쌓이다가 어느 계기에 그것이 폭발하는 순간, 파국이 온다는 사실을 북한당국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