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를 논의할 남북고위급군사회담 예비회담이 2월 중에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연초부터 남쪽을 향해 대화공세를 펴온 북한당국은 지난 20일,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10시간도 안 돼 남북고위군사회담을 갖자고 남측에 제의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정부도 원칙적으로 이를 받아들여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예비회담이 머지않아 열릴 전망입니다. 그러나 예비회담에 임하는 쌍방입장이 너무 달라, 이것이 본회담인 고위급군사회담으로 이어질지 매우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남한 측은 예비회담에 나아가 본회담 의제로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및 추가도발 방지 약속문제를 제의할 방침입니다.
이에 반해 북한 측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힌 다음 한반도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 문제를 본회담 의제로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남한 측은 천안함 · 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한이 시인,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하라는데 반해 북한 측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무관하고 연평도 사건은 남측이 먼저 도발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반복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 재설정문제,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 중지문제, 평화제제 문제 등을 제기할 소지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대화가 되려면 쌍방은 두 가지 사항을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고 남측이 이를 신뢰할 수 있는 회담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이 연초부터 집요하게 전개해온 대화공세는 대남도발로 인한 한반도 평화파괴자라는 나쁜 인상을 지우고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얻어내며, 미-북 대화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다목적 평화공세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남도발을 자행한 후 불리하다 싶으면 대화에 나오고 대화를 하다가 자기들 의도대로 안 되면 다시 도발로 돌아가는 전형적인 대남전략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의 대화호응에 대해 기대를 갖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이번 회담의 목적이 한반도 긴장완화라고 한다면 그 긴장고조의 근본원인인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 측의 진정성 표시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것은 두 사건에 대해 북한이 시인 · 사과하는 일입니다.
둘째는 남북한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남북한은 지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 두 개 합의문 속에는 상대방에 대한 무력사용 금지와 핵개발 금지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은 이들 합의서를 휴지처럼 버리고 각종 대남도발과 핵개발을 계속해 왔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농축우라늄에 의한 핵개발까지 하면서 남쪽을 향해서 '핵 참화' 공갈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제는 '대화를 위한 대화' 이행이 담보되지 않는 합의서 생산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이 과거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는 회담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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