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아랍의 민주화 태풍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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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9년 동유럽을 휩쓸었던 민주화 태풍이 최근 아랍권에서 다시 불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23년 장기독재를 종식시킨 재스민 민주화 혁명의 불길이 이웃 나라 이집트로 번졌습니다.

이집트에서 장기 집권한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민중시위가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정치에 대한 항거와 경제침체로 생활고에 시달린 국민들의 불만이 겹쳐 발생되었습니다.

특히 무바라크가 차남 가말을 후계자로 앉히려 하고 있는 가운데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는 극심한 경제침체현상이 민중봉기를 촉발시켰습니다. 무바라크 일가가 약 7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스위스 등 해외은행에 은닉시키는 등 부정축재도 국민의 분노를 샀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예멘과 알제리, 요르단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이 같은 아랍의 민주화 태풍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넘어 아시아지역으로 불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세계의 관심을 끄는 나라가 바로 북한입니다. 김정일 정권은 아마도 이집트 사태를 보면서 오금이 저릴 것입니다.

김일성 · 김정일 부자가 66년 독재도 모자라 3대 세습을 획책하는 것과 무바라크가 30년 독재도 모자라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우려는 것은 너무 닮았기 때문입니다. 경제침체와 부정부패도 두 나라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일 정권은 제2의 이집트화를 막기 위해 외부정보 차단과 주민들에 대한 감시, 통제 강화 등 체제 단속에 더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북한 사회 밑으로부터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변화의 씨앗을 잘라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지금 이집트 반정부 투쟁을 촉발시키고 시위대를 일거에 수십만 명씩 모으게 된 배경에는 휴대전화, 페이스 북, 트위터, 유튜브 같은 정보 통신수단(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정권은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자기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는 칼날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허용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의 귀와 눈을 영원히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북한 주민이나 당 간부 가운데는 당국의 단속을 피해 남한의 라디오나 드라마를 몰래 듣거나 보고 남한에서 풍선에 날려 보낸 삐라를 주어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장마당에서는 남한 가전제품이 명품으로 팔리고 외부정보를 교환하는 정보 소통의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지난 2008년 이집트 이동통신회사 '오라스콤'에 의해 서비스가 시작된 휴대전화 가입자가 이미 3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물론 김정일 정권이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감청하고 인터넷의 외부접촉도 차단하고 있으나 그 가입자, 사용자가 많아질 경우 통제도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북한사회에서 정보유통의 확산은 불가피하고 이것은 주민의식 변화와 민주화 욕구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철권통치란 겉으로 보기엔 난공불락의 요새 같지만 무너질 때는 어느 순간 한 방에 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