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주종관계로 변한 북·중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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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북한과 중국관계가 평등관계가 아닌 주종(主從)관계로 굳어지고 있어 한반도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17일, 중국 명절인 '위안샤오제'(정월대보름)를 맞이해 평양주재 중국인들을 위한 음악회를 성대하게 베풀었습니다. 이 행사에는 김 위원장과 김정은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습니다.

중국 측에서는 류흥차이 대사 등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직원들과 중국 언론인, 기업가, 유학생들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공연장인 만수대 예술극장 무대에 '중국의 벗들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시종 중국 음악을 배경으로 공연을 진행함으로써 중국 측의 환심을 샀다고 합니다.

외국 명절 축하행사를 열고 거기에 국가지도부가 대거 참가한 것은 국제관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 사건입니다. 북한당국은 이것을 조, 중 우애의 과시라고 하지만 그 배경에는 김정은 세습체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지지에 대한 답례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김정일은 작년, 아들 김정은을 데리고 중국에 가 후진타오 주석에게 인사를 시키고 중국 측으로부터 3대 세습에 대한 윤허를 받았습니다. 아울러 중국으로부터 경제지원도 계속 받게 되자 감지덕지한 그로서는 중국 지도부의 환심을 사고 아첨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보여 집니다.

또한 중국은 자기들을 상전처럼 떠받드는 북한에 대한 화답으로써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 북을 도와주는 후견자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습니다. 작년 천안함, 연평도 사건발생 후 북한을 규탄하는 국제여론이 빗발치는 가운데서도 중국은 북한을 감싸고도는 보호막 역할을 했고 금년 들어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이 유엔결의 위반임을 들어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자는 관련국들의 움직임마저 봉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북한 내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 먼저 중국 측에 내정간섭을 자원했고 또 중국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임으로써 중국은 주인, 북한은 속국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민족적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의 절반을 중국 영향권으로 편입시키려는 김정일의 사대주의적 발상과 중국의 패권주의적 작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간섭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대명제를 어긴 김정일의 행위는 역사적 심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 중국도 팽창주의적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의 끈을 놓아야 합니다.

소련 고르바초프는 1989년 10월 동베를린에서 호네커 당시 동독 공산당 서기장에게 '개혁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엄숙히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뒤 호네커는 사임했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중국이 정녕 세계 제2위의 주요국이라면 이를 한번쯤 생각해 봐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