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남한의 전단은 북한 변화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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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대북 전단 및 생필품 살포에 대해 북한이 심리전 발원지에 대해 조준사격을 하겠다고 협박함으로써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남한 군은 지난달 초부터 아랍 민주화 시위 소식이 적힌 전단 260여만 장과 함께 햇반(즉석밥), 옷, 의약품, 학용품, 라디오 등 생필품을 고무풍선에 달아 북한 지역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북한군은 임진각 등 대북심리전 발원지에 대한 조준사격을 가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왔습니다. 또 한· 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훈련 실시에 대해서도 북한은 '서울 불바다' 전과 같은 무자비한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작년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군사도발을 자행한 북한이 이제 와서 풍선에 종이 전단과 물자를 보내는 일을 놓고 전쟁으로 간주해 대응하겠다는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까닭이 무엇인가.

그것은 우선 아랍 민주화 시위와 연관이 있다고 보입니다. 김정일은 지금 김일성의 옛 친구인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이 30년 만에 몰락하고 42년 독재자인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벼랑 끝에 몰려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며칠 전 북한 땅에 이라크, 리비아 소식을 알리며 '북한 주민도 들고 일어나라'는 전단이 뿌려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아랍 민주화 시위 소식이 대학가와 장마당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정권은 아랍권의 반체제 태풍이 혹시 북녘 땅까지 몰아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시점에 남쪽의 삐라가 머리위에 떨어지니 화가 치밀었을 법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해서는 정치적 기본권과 경제적 생존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듣고 보고 말 할 수 있는 자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최소한 인간으로서 먹고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김정일 정권은 이 모든 권리를 박탈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은 노예보다 못한 동물처럼 살아왔습니다. 이처럼 처참한 상황에서 남한이 북한에 전단과 생필품을 살포하는 것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와 '생존권'을 보호하는 '인권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에게 세계의 흐름과 김정일 독재정권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줌으로써 북한사회를 민주화시키는 것도 동족으로써 마땅히 수행해야 할 의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김정일 정권은 남한의 심리전에 대해 겁을 먹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심리전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북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재체제, 3대 세습체제를 청산하고 북한사회를 민주화해야 하며, 개방· 개혁을 통해 경제를 회생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 없이 아랍 민주화 소식이나 남한의 전단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