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인권 탄압과 관련해 김정일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국제유고전범재판소 권오곤 부소장은 지난 2월22일 서울에서 열린 법조인 모임에서 '남한과 일본이 북한의 납북 행위를 심도 있게 조사하고 입증할 수 있다면 김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국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위해 2002년 7월 설립된 국제 사법기관입니다. 여기서는 특정인의 집단살해 범죄나 인도문제에 대한 범죄, 그리고 전쟁 범죄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재판소는 작년 3월 오마르 수단 대통령을 주민 대학살과 반인도 범죄 협의로 기소하고 체포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또 국제유고전범재판소는 보스니아 내전 때 인종 청소의 주범인 카라지치를 2008년 1월 베오그라드에서 체포해 재판정에 세운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김정일을 이 같은 국제재판정에 세우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가? 북한 정권이 자행한 남한 주민과 일본인 납치와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탄압은 당연히 국제형사재판소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김정일은 2002년 9월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일본인 납치 문제는 참으로 불행한 일로써 솔직히 사과하고 싶다고 말함으로써 납치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또한 국제 인권 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최근 발표한 세계 인권 실태 보고서에서 북한을 최악 중 최악의 인권 탄압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남한과 해외 인권 단체들의 모임인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는 작년 12월 국제형사재판소를 방문해 150여 명의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겪은 인권 탄압 사례를 담은 고발장을 제출하고 김정일의 처벌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김정일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는 입증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국제형사재판소의 가입국이 아니어서 이 재판소가 북한의 범죄자를 직접 조사하거나 기소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서면 재판 관할권을 가질 수 있지만, 상임 이사국인 중국의 거부권 행사가 분명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최근 남한 국회가 미국과 일본 국회에 이어 세 번째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여 매년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통일부 장관은 이를 토대로 인권 증진 방안을 세우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민간단체들을 적극 지원하는 내용으로 돼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 대해 탈북자 북송 중단 등을 촉구한 미국의 인권법과 북한의 납치 행위를 널리 국민들에게 계몽하도록 한 일본의 인권법에 이어 남한의 '북한인권법'이 재정될 경우, 북한의 인권 개선과 김정일의 처벌을 요구하는 국제 여론이 더욱 확산됨으로써 북한에 큰 압력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 내용을 하나하나 기록해 놓았다가 통일이 될 때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방법도 준비해 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침묵을 깨고 일어나 북한 인권의 개선을 외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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