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백두산 공동연구와 북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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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를 갑자기 남측에 제의하고 나옴으로써 그 배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7일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를 갖자고 남측에 제의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제의는 올 들어 각종 대화공세를 폈으나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남측의 입장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천안함 사건 등을 비켜감으로써 남북대화의 돌파구를 열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남한 정부는 자연재해에 대한 남북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남북 민간전문가 간 협의를 갖자고 북측에 제안했습니다.

그동안 백두산 화산의 폭발 우려는 일부 학계에서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남한 기상청 역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선제적 화산 대응 종합대책'을 지난 3월초 발표했습니다. 기상청은 그러나 일본 대지진이 백두산 화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 2월 9일 '천지 일대의 지각변동과 얼음상태가 지난해와 차이가 없고 동물의 활동도 정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백두산에서 이산화황(SO2)성분 검출 등을 내세워 폭발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남북한이 공동조사를 통해 위험성 여부를 분석하는 것은 재난예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협력은 어디까지나 재난예방 차원에 국한시키고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북핵문제와는 엄격히 분리 · 추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천안함, 연평도 사건은 북한이 군사적 도발로 남한의 군인과 민간인 수십 명을 살상한 군사적 사건이며, 북핵문제는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정치적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백두산 공동연구가 추진된다 해서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적당히 얼버무려 넘기고 남북대화 재개를 통해 경제지원을 받으려는 북한의 계략에 넘어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에서 보듯이 백두산 보다 훨씬 위험한 것은 북한 핵시설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현재 영변에는 각종 원자로와 폐연료봉 재처리시설, 방사화학실험실,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고 경수로 원자력발전소가 건설 중에 있습니다.

영변 외에 다른 곳에도 우라늄농축시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작년 북한의 핵시설을 직접 확인한 미국의 핵과학자 헤커 박사는 북한 핵시설의 안정성이 매우 긴급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만에 하나 북한 핵시설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일어날 경우 우리민족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이 북핵 시설을 방문하여 안전성여부를 조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화급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핵 폐기를 약속한 9.19공동성명을 지켜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것은 덮어두고 수 백년 간 분출이 없었던 백두산 문제만을 꺼낸 것은 균형을 잃은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진정 민족의 안위를 걱정한다면 핵의 안전과 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