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보면, 역사를 한 단계 발전시킨 큰 사건의 배후에는 그 시대를 이끈 '시대정신'이 있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8년,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파리강화 회담에서 각 민족의 운명은 그 민족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는 이른바 민족자결주의를 제의했습니다.
이 민족자결주의 원칙은 당시 제국주의의 억압 하에 시달리던 세계 많은 약소민족들로 하여금 독립을 쟁취케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3.1운동도 바로 그 영향을 받아 촉발된 것입니다.
1986년 2월 23일,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제27차 소련공산당 대회에서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을 역설했습니다. 소련의 고질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의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깨달은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신은 동유럽 공산권에 민주화 바람을 일으키고 소련연방 해체와 동서독 통일로 이어지는 대변혁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2005년 유엔 세계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이른바 '국민보호책임'원칙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이것은 독재자가 자기 국민을 향해 반(反)인권적인 범죄를 저지를 경우 국제사회가 국가를 대신해 그 국가 국민보호에 나선다는 개념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카다피에 의해 학살당하는 리비아 국민보호를 위해 카다피 정권을 징벌하는 결의안 1973호를 채택한 직후 다국적군의 리비아 군사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보리가 15대 0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서 볼 수 있듯이 '국민보호책임' 원칙은 정의(正義)에 입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다국적군의 리비아 군사공격이 인류평화를 애호하는 국제여론을 등에 업고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그동안 주춤했던 시리아, 요르단의 민주화 시위도 지난 25~26일, 눈에 띄게 진전된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아랍 민주혁명에 대해 제국주의자들이 그 나라 인민의 존엄과 생존권을 짓밟는 반(反)인륜범죄라고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진실을 외면한 궤변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국민보호책임' 원칙이 새로운 국제규범으로 확립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21세기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보호책임' 원칙이 북한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국민보호책임' 원칙은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에게는 경종이며 독약이 되겠지만 억압과 압제 하에 신음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는 해방을 가져오는 복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북한 동포 모두가 손 놓고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우선 북한 동포 스스로 민주, 개혁을 향한 시대정신을 바로 읽고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분연히 일어나야 합니다. 1919년 우리 선조들이 3.1운동을 통해 조선독립의 횃불을 높였듯이 2011년 남북한 동포들은 북한 민주화 운동을 제2의 3.1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