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 들어 국제기구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와 남한에 식량지원을 요청했으나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북한은 해외 40여 개 재외공관을 통해 해당국의 대북식량지원을 호소하는 한편 세계식량계획(WFP)을 앞세워 600만 명이 당장 위기에 처해 있다며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작년 11월 남북적십자회담에서 50만t의 쌀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올 들어 남쪽을 향해 전방위 대화공세를 펴는 것도 식량지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쌀 구걸을 하는 것은 북한주민들이 당장 굶어 죽을 위험에 처해있다기보다 내년 강성대국 완성선언과 김일성 출생 100주년, 김정일 생일 70년 등 국가적 경축행사를 치르는데 필요한 물자를 사전 조달, 비축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주민들에게 쌀 몇 톨과 고기 몇 점이라도 나누어줌으로써 강성대국을 실감케 하고 강성대국을 가능케 한 김일성 일가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기대한 만큼의 식량지원을 받으려면 다음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첫째, 식량 상황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작년 11월에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을 86만 톤으로 추정했으나, 불과 4개월이 지난 최근에 와서 108만 톤으로 늘렸습니다. 이 같은 오차는 북한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충분한 현지 확인을 할 수 없는데서 발생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미국은 세계식량계획의 조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북한 식량난 실태를 파악하여 지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둘째, 북한이 지원된 식량이 주민들에게 직접 배분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지원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엄격한 분배 감시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동안 북한에서 활동한 유럽의 비정부기구(NGO)대표들은 현 상황에서 추가적 식량지원에 회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셋째, 남한으로부터 식량지원을 받기위해서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북한이 두 사건을 통해 남한의 군인과 민간인들을 살상한 만큼 대화나 식량지원을 받기에 앞서 사과하는 것은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당연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난 3월 31일 국방위원회 담화를 통해 "대화를 해도 통이 큰 대화를 하고 전쟁을 해도 진짜 전쟁 맛이 나는 전쟁을 해보자는 것이 우리 군대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측을 향해 대화를 하든지 전쟁을 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이런 오만방자한 협박을 하면서 식량을 달라고 하니 그 누가 식량을 주겠습니까. 최근 여론조사결과 남한 국민의 63%가 대북 식량지원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당국은 가벼이 봐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남한 당국이 최근 정부차원의 지원에 앞서, 작년 11월 연평도 사건 이후 중단된 민간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허용한 데 대해 북한당국은 뭔가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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