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김정일 일가의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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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막대한 비자금 조성에 이어 3남 김정은의 비자금조성 착수사실이 알려지면서 내외의 관심이 김정일 일가의 호화생활에 쏠리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매년 2억~3억 달러의 비자금을 마련해 호화생활과 각종 우상물 건설, 그리고 측근들의 충성유도를 위한 선물, 구입 등에 사용해왔습니다. 2억~3억 달러는 국제시장에서 쌀 200만t을 수입할 수 있는 금액으로서, 매년 북한 식량 부족분 100만t을 충당하고도 남는 금액입니다.

이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은 북한 내 각 기관으로부터 충성자금 명목으로 모은 돈과 금․송이버섯 등 특산물 수출을 통해 받은 돈에다 무기수출, 위조지폐, 마약 밀매 등을 통해 유입된 돈을 모아 비자금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그동안 금강산관광 대가로 남쪽에서 받은 5억 달러 중 상당액수가 김정일 개인 수중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관광요금을 송금 받았던 북한의 대성은행, 조광무역 등이 모두 당 39호실 산하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 스위스 은행 등에 약 40억 달러의 돈을 숨겨 놓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이 같은 비자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지난 2008년의 경우, 북한이 수입한 고급 양주, 승용차 등 사치품은 1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김정일 일가가 좋아하는 수십 마리의 애완견 도입이 포함돼 있습니다. 따라서 애완견을 위한 각종용품과 의료장비는 물론 외국 수의사를 불러들여 건강검진까지 받는데 수십만 달러를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밖에 김정일은 김일성 시체 장식과 시체가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 건립비로 8억 9천만 달러를 사용한데 이어 지난 4월 14일, 김일성 생일을 기념하기위한 불꽃놀이에 540만 달러를 쏟아 부었습니다. 이 돈은 쌀 9,000여t을 수입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노동당 핵심부서가 각급 기관을 검열할 때, 후계자를 위한 별도의 충성자금을 헌납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김정일은 올해초 주민들이 쌀밥을 먹지 못하고 옥수수밥을 먹게 하여 가슴이 아프다고 태연하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선량한 북한주민을 속이는 이중적이고 후안무치한 행동입니다. 또한 3대 권력세습과 함께 아들에 대한 비자금 세습은 봉건시대 폭군이 내탕금 마련을 위해 백성들의 재물을 수탈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그 안에 호화사치품의 대북금수조치를 포함시킨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김정일의 비자금에 의한 호화생활을 알고 있는 유엔이 김정일을 향해 이를 자제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엄숙한 경고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다 아들 김정은의 비자금조성 사실마저 보도되고 있으니 머지않아 이 사실을 알게 될 북한 주민들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김정일 일가는 외국은행에 거액을 숨겨놓고 호화판 독재정치놀음을 하다 사라진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 차우셰스쿠 전 루마니아 대통령,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말로를 잘 생각해 봐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