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김정일의 방중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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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북경에서 있었던 김정일 국방 위원장과 호금도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은 화려했던 겉모양과는 달리 미묘한 갈등이 있었던 회담으로 밝혀졌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의하면 호금도 주석은『양국의 내정과 외교상의 중대 문제나 국제사회, 지역의 형세 등 공통관심사에 대해 쌍방이 전략적인 의사소통을 강화해 나가자.』고 김 위원장에게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작년 5월의 핵실험 같은 북한의 돌발적 행동에 대해 중국측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 같습니다. 또 온가보 중국 총리도 이튿날, 김 위원장과 가진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지지할 것이라고 하면서도『중국의 개혁, 개방 건설의 경험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북한이 그토록 싫어하는 개혁․개방을 정면으로 충고한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두 지도자는 작심이나 한 듯 전례 없이 강력한 어조로 내정 간섭적 압박을 가했고, 그것은 마치 왕조시절, 상국이 속국을 대하는 것과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전통적인 양국우의관계는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교체된다고 해서 변할 리가 없다.』고 말했고, 호 주석은 『양국 우호관계를 대대손손 계승하는 것은 공통된 역사적 책임』이라고 답해 양국 혈맹관계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 측으로부터 기대했던 무상원조 약속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과거 네 차례에 걸친 회담과는 달리 많은 변화가 감지된 회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북한 당국은 오늘의 중국이 어제의 중국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중국은 1992년, 김일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한과 수교를 맺었습니다. 중국은 1997년, 북한을 탈출한 황장엽 비서를 북한의 송환요구를 묵살하고 남한으로 보냈습니다. 중국의 호금도 주석은 지난달 30일, 상하이 엑스포 개최시,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협력관계를 논의했습니다.

호 주석이 김 위원장을 만나기 3일전, 이명박 대통령을 먼저 만난 것도 중국이 남한을 그만큼 배려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또 김 위원장이 이번에 중국의 대련과 천진시의 경제특구를 시찰한 것은 신의주와 나선시를 중국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에서였겠지만 북측 의도대로 될지도 불투명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폐쇄적인 북한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일부지역만 외화벌이용 경제특구로 만들려고 할 경우, 그것은 모래위에 성을 쌓으려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방문을 통해 허울 좋은 혈맹관계를 재확인했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중국의 무상원조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속국 취급을 받는 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후견자로 있어야할 중국이 간섭자로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같은 상황변화를 가져왔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북한당국이 그동안 비정상국가로써 행동해온데 따른 응당한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