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남아공 월드컵과 북한

북한은 2010 남아공 월드컵경기에서 전패함으로써 16강 진출이 좌절되었습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던 북한축구는 그후 국내사정으로 인해 해외경기를 제대로 못하다가 이번에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된 것입니다. 북한팀은 첫 경기인 강호 브라질과의 대전에서 예상외로 선전을 하고 진가를 발휘함으로써 세계의 관심을 모았을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크게 설레게도 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인 포르투갈과의 대전에서 7대0으로 대패하자 TV생중계를 지켜보던 북한 주민들을 심한 좌절과 충격 속에 빠뜨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어 세 번째 경기인 코트디브아르와의 경기에서도 3대0으로 패한 것은 북한주민들에게 허탈감과 실망만을 더해 주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당국은 이번 패패원인을 냉철히 분석하고 잘못된 체육정책을 바로 잡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 구소련은 공산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스포츠를 이용했습니다. 다시 말해 스포츠의 정치화를 꾀함으로써 체육행사를 정치행사와 같이 취급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북한도 여기서는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은 체육을 대중화하여 전체인민을 노동과 국방에 이바지하게 하려는데 체육정책의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간 북한팀의 김정훈 감독은 지난 17일, 스포츠 채널 ESPN에『장군님이 손수 개발하신 눈에 안 보이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장군님으로부터 전술적 조언을 직접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김정훈 감독의 발언은 북한팀이 강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진가를 발휘하게 된 데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를 따랐기 때문이라고 밝힘으로써 김정일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축구를 통한 김정일 우상화 작업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은 축구를 순수한 스포츠가 아닌 김정일 우상화와 노동력과 국방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월드컵을 취재하는 외국 기자들은 북한이 경기에서 전패할 경우, 선수들이 귀국후 문책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을 김 감독에게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과거 북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돌아가서 탄광이나 수용소 등에 보내졌다는 소문과 관련된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1994년 북한팀은 미국 월드컵 예선에서 남한에 3대0으로 패한 일이 있었는데, 이에 화가 난 김정일은 선수들이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탄광으로 보냈습니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 북한팀의 전패가 과거처럼 김정일의 분노로 이어질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병가상사라는 말이 있듯이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써, 패하고 돌아온 선수들을 따뜻이 격려는 못할망정 징벌을 가한다면 이는 스포츠정신에 대한 도전으로써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