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 개혁·개방 행동으로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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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그동안 금기시해오던 개혁·개방을 공식적으로 언급해 내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일, 사설을 통해 『오늘날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나라의 번영을 담보하는 비약적 발전이 이룩되고 있다』면서『후진타오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 아래 중국 인민은 덩샤오핑(鄧小平)이론과 세가지 대표 중요사상, 과학적 발전관의 기치를 내걸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덩샤오핑(鄧小平)이론은 중국식 개혁·개방의 밑거름이 된 이론이고, 세가지 대표사상은 공산당이 노동자, 농민과 지식인은 물론 자본가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김정일 위원장은 개혁·개방이란 단어에 심한 거부반응을 보여 왔습니다. 김정일은 개혁·개방이란 말을 남한의 흡수통일 전략으로 인식하고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노동당을 대변하는 노동신문이 이번에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을 적극 찬양하고 나선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우선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얻기 위한 아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지난달 말 김위원장과의 창춘회담에서 이례적으로『경제발전은 자력갱생 뿐 아니라 대외협력을 떠날 수 없다. 이는 시대 조류에 순응하는 것이자 국가발전을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게 개혁·개방을 강력히 촉구한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외교,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지원을 받아야 될 북한으로서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칭찬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될 필요성을 느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노동신문 사설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칭찬하는 한편으로『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총진군』을 여전히 강조하면서 그 길을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이번만큼은 판단을 잘해야 합니다.

작년 11월에 단행한 화폐개혁 실패 후 민심이반 현상이 증대되는데다가 만성적인 식량난에 수해까지 겹쳐 지금 북한 경제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입니다. 여기에다 새로운 후계체제 구축이라는 어려운 정치적 과제까지 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체제가 계속 존속되느냐 아니면 붕괴되느냐의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중대한 시점에서 북한이 살 길은 오직 개방·개혁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가야할 이유는 중국의 요구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에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 보듯이 시장경제기능을 이제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당국이 내부적으로는 시장지향적인 조치들을 확대해나가고 대남관계에서는 핵 포기를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면서 대외적으로는 외국자본이 유입될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