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폭탄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해 한반도에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방북한 헤커 미국 스탠퍼드 대학 교수에게 원심분리기 수백개를 갖춘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핵 전문가인 해커 교수는 "시설의 정교함에 놀랐으며, 초현대식 제어실이 가동되고 있었다."고 말하고, "북한은 원심분리기가 2000여개라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북한의 새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는 그동안 플루토늄 방식에 의해 핵을 개발해온 북한이 우라늄 방식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라늄 방식은 플루토늄 방식보다 핵무기 제조가 쉽고 대규모 핵시설이나 핵실험이 필요 없으며, 땅굴 같은 지하에 숨기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만약 북한이 주장한 2000여개의 원심분리기 보유가 사실이라면 농축우라늄 20kg급의 핵무기를 연간 2개씩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한반도를 핵 공포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를 입버릇처럼 외쳐온 북한 당국이 왜 이런 모험을 하고 나오는가.
첫째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트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 마주 앉을 경우, 6자회담에 나가는 것을 전제로 경제 지원 등을 요구함으로써, 실리를 챙기겠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 한 당장 6자회담에 참석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맞서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우라늄 핵 카드를 꺼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는 북한이 플루토늄 핵무기에 이어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를 만들어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려는 전략입니다. 오는 2012년을 강성대국 건설 목표 연도로 정한 북한은 군사강국의 상징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왔고, 근년에 와서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고대해왔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핵보유국의 사례에서 보듯 플루토늄 핵무기 외에 우라늄 핵무기도 가져야 되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셋째로 북한의 3대 세습 체제 구축에 핵무기를 활용하려는 속셈이 깔려있습니다. 김정은은 나이도 어린데다 능력이나 아무런 실적이 없기 때문에 북한 군부나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한계를 느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폭탄이란 무기를 휘둘러 댐으로써, 미국 등 국제 사회에 영향을 주면 김정은 체제 구축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오판입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협박에 결코 굴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이번 북한의 행동은 핵무기 개발을 금지한 1874호 등 두 차례에 걸친 유엔 안보리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므로 유엔 차원의 추가 제재를 부를 가능성도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는 중국도 이 사태를 방관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핵개발이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시켜 김정일 부자의 권력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