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은 새로운 비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구태의연한 내용으로 돼 있어 북한의 장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공동사설은 한마디로 김정은이 '제2기 유훈통치(遺訓統治)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에 불과할 뿐, 인민생활 향상이나 남북관계 개선 및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정책제시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김정은 체제안정을 기대했던 몇몇 나라와 일부 인사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었습니다.
공동사설의 특징을 보면 첫째 김정은의 권력세습 기반이 취약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설은 '전 당(党), 전 군(軍), 전 민(民)이 방패가 되어 김정은 동지를 결사옹위 해야 한다.'라면서 노동당과 군에 김정은의 유일적 당 영도체계와 유일적 영군체계를 튼튼히 세울 것을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곧 위대한 김정일 동지'라고 주장함으로써 김정은을 김정일과 동일시했습니다. 이것은 자기 힘으로 권력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김정은이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후광을 빌어 세습체계를 유지하려는 몸부림으로서 김정은 권력이 그만큼 취약하고 불안정하다는 신호입니다. 이는 불과 1년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정은을 작년 12월 31일,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추대하는 등 3대 세습체제 구축을 초고속으로 추진하는 데서도 엿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둘째, 김정은 체제의 앞날이 어둡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이번 신년사에서 그동안 사용하던 '강성대국'이란 말 대신 '강성국가' 또는 '강성부흥'이라는 표현을 주로 썼습니다. 이는 북한이 강성대국 진입 준비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사설은 경제노선으로 '지식경제 강국을 세우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을 강조했지만 그 목표달성을 위한 방법이 비현실적이고 모순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 예로서 CNC(컴퓨터 수치제어)를 통한 공업기술 향상과 정보기술 발전을 제시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개방, 개혁이 선행돼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방, 개혁에 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북한은 작년 12월 29일 김정일 추도식 때 선군(先軍) 구호를 22회 사용했지만, 인민생활이란 단어는 불과 3회만 언급했습니다. 이것은 주민생활 향상 등 경제문제는 뒤로하고 핵개발 등 군사력 강화에 주력해온 과거의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북한경제의 앞날이 암울할 뿐입니다.
셋째, 공동사설은 남북관계 개선은 뒤로 하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려는 이른바 '통미, 봉남(通美, 封南)'정책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사설은 '남조선 집권세력은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대상'이라고 비난, '이명박 정권과는 상종하지 않겠다.'라던 연말 주장을 다시한번 되풀이했습니다. 반면 주한미군철수 주장을 다시 꺼냄으로써, 향후 북, 미 대화가 열렸을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문제를 주 의제로 협상해나갈 의도를 내비쳤습니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은 체제하의 긍정적 북한변화 가능성은 희박함으로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희망적 시각보다 북한 내 급변사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북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