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옛 조선왕조를 방불케 하는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현대판 봉건국가라는 말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고(故)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는 북한체제를 가리켜 전체주의적 사회주의와 동양식 봉건주의가 결합된 '현대판 봉건사회'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전체주의란 전체의 이익만을 강조한 나머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희생시키는 제도로서 과거 김일성 부자는 전체주의를 앞세워 1인 독재정치를 해 왔습니다.
봉건주의는 군주(왕)를 최고통치자로 하고 군주의 권력이 아들에게 세습되며 사회구조가 출신성분에 따라 양반과 상민으로 구분되는 계급사회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일 사후 이 같은 봉건사회의 특징적 현상들이 북한사회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선 권력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승계되는 3대 세습과 더불어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작업들이 첫 번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30세인 김정은에게 '어버이'라는 호칭까지 사용하기 시작함으로써 봉건왕조의 어린 세자를 하루아침에 전하로 부르던 것을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김정은을 후계자로 옹립하면서 그 주변 권력층 자녀, 친인척들에게 중요 요직과 각종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최측근 실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경우 자녀가 없는 관계로 그의 자형, 조카들이 잇달아 주요 국가의 대사로 발탁되고 이영호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이용무 국방위 부위원장,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의 아들, 친인척들이 근무여건이 가장 좋은 외교, 무역기관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것은 봉건왕조시대 왕권의 세습과 더불어 조정대신들과 양반의 자녀에게 주어진 출세의 기회 등 특혜의 대물림 현상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지난해 사망하기 전 중국방문길에 아들 정은을 데리고 가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지도층에게 인사를 시키고 후계체제지지를 요청했습니다. 중국은 이런 연유로 김정일 사망 직후 김정은 세습체제에 대한 지원의사를 즉각 발표함으로써 두 나라가 사대(事大)관계에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것은 마치 과거 조선왕조의 국왕이나 왕자가 청나라 등 중화제국(中華帝國)의 천자(天子)로부터 책봉을 받은 것을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조선왕조는 책봉의 대가로 천자에게 조공을 받쳤던데 비해 이번에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책봉과 함께 경제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봉건사회에서는 군주에 대한 충성(忠性)과 부모에 대한 효성(孝性)을 중요한 도덕적 규범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체제는 김일성 사후 현재까지 3부자(父子)를 '어버이'로 표현함으로써 육신의 부모에 대한 효성보다 3부자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있는 점이 조선왕조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의 북한체제는 조선왕조를 뺨치는 봉건국가이며 수령중심의 전체주의 국가이고, 그것도 모자라 선군(先軍)정치를 앞세운 군국(軍國)주의 국가로 더욱 굳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은 봉건사회와 근 · 현대국가를 일찍이 마감하고 이제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선진화를 향해 나가는 역사적 조류를 역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김정은 체제의 특징이라고 할 때 그 종말이 어떻게 될지는 불문가지의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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