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김정은의 선당(先党)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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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은 지난 1년여 동안 겉으로는 김정일의 유훈통치를 한다며 실제로는 그와 다른 통치행태를 보임으로써, 정책노선에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생전에 통치구호로서 선군사상, 선군정치를 앞세워 군대 제일주의로 북한을 관리해왔습니다. 김정일은 심지어 헌법까지 개정해 주체사상과 동열에 선군사상을 명시할 정도로 총대를 중시하는 군대중심의 정치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권력을 승계한 후 인민군대보다는 노동당을 중시하고 당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이른바 선당(先党)정치를 해오고 있습니다. 최용해를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하여 군을 장악토록 한 다음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장성들은 마음대로 짜르고 군대가 장악하던 외화벌이 사업 등 주요 이권마저 내각으로 이관시키는 등 군대의 힘빼기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리고 국가주요 정책은 노동당에서 자기 주관 하에 결정, 집행해 오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최근 제4차 노동당 세포 비서대회를 주관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다음 이 사진 10매를 노동신문에 도배질 하듯이 대대적으로 게재토록 함으로써, 당원들의 충성심을 유도했습니다. 또 김정은은 제3차 핵실험과 관련,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중요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같은 당 중심의 국정운영 방식인 이른바 ‘선당(先党)정치’는 김정일이 추구했던 ‘선군(先軍)정치’를 뒤집는 것인데도 겉으로는 유훈통치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군의 사기가 저하됨은 물론 군부 내에서 적지 않은 불안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군부대에 대한 식량보급이 열악한 상태에서 심지어 전연부대 병사들이 통 강냉이와 염장무로 근무하다 보니 영양실조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군인들에 대한 동복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아 추위와 배고픔 때문에 탈영병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가하면 평양 근처에 배치돼 김정은을 경호하는 호위사령부나 특수부대들에 대한 식량공급 등은 제대로 되고 있어, 같은 군대 내에서 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정은은 지난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근 핵실험 준비를 계기로 준전시상태를 빈번히 선포하여 주민 동원태세를 유지해 온 결과 물가가 폭등하고 주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김정은이 북한체제를 당 중심으로 운영하든 군 중심으로 운영하든 상관할 바 아니나 정책혼선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것은 군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6.28’ 경제관리 개선조치에 이어 올 신년사를 통해 인민생활 향상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럼에도 미사일 발사나 제3차 핵실험 준비에 모든 국가자산을 쏟아 붓는 정책으로 인해 시장물가는 계속 오르고 주민생활은 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김정은이 진정 인민생활을 걱정한다면 ‘선당(先党)정치’가 아닌 인민경제생활을 살리는 ‘선민(先民)정치’ 또는 ‘선경(先経)정치’로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