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김정은의 이미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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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신문과 TV 등 각종 매체는 김정은의 우상화에 이어 그의 이미지 조작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이 공개하는 사진과 화면을 보면 김정은이 군부대 등 현지 지도를 하면서 나이 든 군인과 팔짱을 끼고 병사들과 귓속말을 하고 어린이들의 뺨을 어루만지는 신체접촉 장면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특히 할아버지 김일성의 모습을 그대로 복사한 듯 한 연출을 시도하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김정은의 생일인 지난달 8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된 첫 장면에서 그는 과거 김일성처럼 백마를 타고 등장했습니다. 또 김정은은 잿빛 인민복을 입고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뒷짐을 지고 팔자걸음을 걷는 등 김일성과 유사한 동작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는 한편 지난 7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사진에는 김정은이 인민군 4군단 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오른손을 휘두르는 화를 내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북한매체는 이처럼 김정은을 김일성처럼 주민들과 친근한 관계로 묘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강렬한 모습도 보여줌으로써 지도자로서의 위엄과 카리스마를 세우려는 교묘한 이미지 조작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김정은이 나이도 어린데다 내세울만한 업적도 없는 상황에서 군과 주민의 지지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출이 북한주민들에게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을까.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일반 주민들은 김정은 체제에 대해 관심과 기대를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며 그냥 배급만 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후 각종 통제와 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이에 불만과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북한당국이 알아야 할 것은 독재자들이 흔히 쓰는 수법인 이미지 조작정치로 북한을 더 이상 끌고 갈 수는 없으며 새로운 정책으로 성과를 낼 때만 김정은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계속되는 식량난에 이어 현재 평양의 외교공관들에 전기와 물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가장 절실한 것은 역시 경제회복입니다.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개방, 개혁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과다한 군사비를 줄여 민생경제비를 늘여야 하는데도 오히려 군사비를 증액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남한 국방연구원(KIDA)의 자료에 의하면 2003~2011년 북한의 공식적인 군사비 규모는 세출의 15.8%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24~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실제 군사비도 2005년 약 54억 달러에서 지난해 76억 달러로 국민총소득의 16~22% 수준으로 추산됐습니다. 이처럼 군사비를 과다하게 지출하는 상황에서 고질적인 식량난, 경제난 해결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거 소련 붕괴가 보여주는 교훈인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살길은 김정은 이미지 조작이 아니라 근본적인 정책변화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