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테러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핵안보 정상회의가 전 세계 정상 53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26일, 서울에서 열립니다. 남한이 개최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 핵안보 정상회의에서는 핵안보와 핵안전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됩니다.
핵안보란 핵무기 제조용 물질과 기술이 다른 나라와 테러집단으로 확산되지 못하도록 막자는 것이며, 핵안전이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처럼 자연재해로 인한 원전의 방사능 물질 누출을 막자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핵무기를 줄이는 핵군축이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없애는 핵폐기는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핵폐기를 전제로 협상 중인 북핵문제는 공식 의제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2월 22일, 남한을 미국의 핵전초기지라고 주장하면서 그런 남조선에서 핵안전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경악할 일임으로 단호히 짓 부셔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지난달 23일 북경에서 열린 제3차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 중단을 비롯한 비핵화 사전조치를 취하고 그 대가로 미국은 북한에 24만 톤에 달하는 영양(식량)지원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핵안보와 핵안전을 다루는 세계 정상회의는 비난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를 전제로 한 북-미 합의에 동의하는 등 핵문제에 관한 이중적 태도를 취하는 의도가 무엇일까요.
북한은 그동안 시리아에 원자로를 팔아먹은 사실이 탈로 났고 최근에는 이란과의 핵기술 협력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가 북핵 폐기문제는 공식 거론하지 않더라도 제3국에 대한 북한의 핵기술 이전문제 등은 논의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우려한 북한이 뒤가 켕겨 비난을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정상 53명이 남한의 서울에 모여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를 갖는 것은 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써 남한의 외교역량을 국제사회에 크게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특히 지난 88서울올림픽을 방해했던 북한으로서는 이번에도 거기에 버금가는 국제행사개최에 시샘을 한 나머지 방해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북한은 한 개의 핵무기도 없는 남한을 세계 최대의 핵화약고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이 회의를 비방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 등 세계 53개국 지도자들이 서울에 오겠습니까?
그리고 지난 16년간 전 세계에서 1,773건의 핵물질이 분실, 도난당한 상황에서 핵테러 가능성을 막자는 것이 왜 부당한지 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북-미 회담에서 영변 핵활동 임시중단과 미국의 식량자원을 맞바꾸었는데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행사에 필요한 식량조달목적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핵보유국을 자처해온 북한이 자기들에게 불리하다고 싶은 핵안보 정상회의는 비난하면서 자기들에게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북-미 회담의 열매는 따먹으려는 얄팍한 이중태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세계 지도자들이 이같은 북한의 속내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이번 회의는 성공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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