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을 비롯한 잇단 도발위협을 계속하는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이어 인권이란 또 다른 칼을 빼들었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 21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신설키로 결의함에 따라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큰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유럽연합과 일본이 발의한 결의안은 47개 이사국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47개국 가운데서 아무도 북한을 변호하는 국가가 없었으며 투표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국이 아닌 중국이 다른 나라를 통해서 결의안에 반대 입장을 표시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신설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배경에는 북한인권 탄압이 극에 달해 있는데다 북한이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를 무시하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하는데 대한 견제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데 조사대상으로는 9개 유형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반인권적 처우를 비롯해 탈북자 등에 대한 고문과 비인도적 처우, ‘통영의 딸’ 신숙자씨 가족 등에 대한 강제구금, 공개처형과 같은 생명권 침해, 탈북자 의지와 관계없는 강제북송 등 이동의 자유 침해, 남한국민 및 일본인 등 외국인 납치, 군대의 농산물 강탈 등 식량권 침해, 전화도청 및 외부 정보차단 등 표현의 자유 침해, 또 비(非)평양 주민에 대한 차별 및 강제 매춘행위 등입니다.
조사위원회는 북한, 남한, 중국, 일본과 탈북자들이 거쳐 가는 태국, 라오스, 몽골, 베트남 등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이 유엔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거부하면 북한의 인권침해 의혹이 결국 유죄로 인정되고 이렇게 되면 김정은을 비롯한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법정에 세울 길이 열리게 됩니다.
즉 유엔 조사위원회가 북한인권 탄압 조사결과를 유엔안전보장 이사회에 보고한 다음 안보리가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유엔에서 연례행사처럼 채택한 북한 인권결의안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동안 해온 것이 선언적 의미를 띈 것에 반해 이번 조치는 마치 경찰이 범인에 관한 조서(調書)를 작성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선례가 있는 강제조치인 것입니다. 자기 나라 국민 30여만 명을 학살한 수단의 오마르 하산 아마드 알 바시르 대통령은 반인도적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제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조사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성화되고 남한 내에서도 북한인권법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핵 개발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다 김정은이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될 경우, 국제적 고립이 더욱 심화됨은 물론 체제유지에도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