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최근 평양 주재 외교단에게 철수를 권고하는 등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외국 관광객과 외자 유치 홍보활동을 벌이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그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5일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평양 주재 외국 공관들에게 ‘전쟁이 날 것에 대비해 직원들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북한 외무성이 한반도의 긴장상황과 관련해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및 단체들의 직원을 철수시킬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영국 외교부도 성명에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4월 10일 이후에는 북한에 있는 대사관과 국제기구 직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러시아, 영국 뿐 아니라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24개국 대사들을 모두 외무성으로 불러 이런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평양 주재 외국 공관을 상대로 한반도 긴장상황을 거론하며 철수를 권고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금지했던 외국인 관광객의 손전화 인터넷 접속 즉 모바일 인터넷 사용을 지난 5일부터 다시 허용했다고 북한 전문 여행사인 ‘영 파이오니어스’는 밝혔습니다.
또 북한은 외국인 투자자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다’고 홍보하며 적극적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중국 동북 3성에 집중적으로 무역 일꾼을 내보내 ‘전쟁은 없으니 투자자와 관광객을 보내 달라’는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고 중국 측 인사가 밝혔습니다.
중국 옌지의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을 나선항 에서 배에 태워 금강산으로 보내는 관광을 4월 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며 ‘북한 정부와 지린성의 허가를 받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평양의 외교관에게는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나가라’고 위협하면서 중국 관광객에게는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른 나라 외교관들까지 이용한 고강도의 협박을 통해 미국과 남한으로 하여금 대화에 나오도록 만들려는 심리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북한과 미국 간의 협상이 열릴 경우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는 문제를 협의함으로써 북한 핵문제를 기정사실화 하는 한편으로 주한미군 철수문제 등을 거론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남한의 박근혜 정부를 대화의 장(場)으로 끌어내 ‘10.4선언’ 이행 등 대북경제지원을 획득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입니다.
이와 아울러 지난달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채택한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에 입각해 경제건설에 필요한 외자 유치 활동을 벌이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도를 간파하고 있는 미국이나 남한이 자기들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최근 동해안으로 이동시킨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압박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더욱 강화돼 북한 경제의 출구가 막힘은 물론 김정은 체제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얄팍한 이중전술을 통해 실제로 얻을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