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 정부가 제의한 남북대화를 거부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이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14일, 남측의 대화 제의는 내외여론을 호도하며 대결정세를 가리우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정부는 참으로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대화를 일단 거부한 것은 대내적으로 주민들에게 전쟁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놓은 상태에서 하루아침에 태도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남한측을 향해서는 김정은의 몸값을 더 높여 대화에 응하는 대가로 막대한 경제지원을 얻어내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이 이번에 남한과 미국 두 정부가 다 같이 대화 용의를 표시했음에도 남한 정부만 비난하고 미국을 비방하지 않은 것을 보면, 어느 시점에 가서, 미국과의 양자 회담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중국의 양체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한데 대해서도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북-미 양자회담을 먼저 갖고 그 결과 여하에 따라 6자회담 재개 여부를 결정지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북대화나 북-미 대화나, 6자회담이든 회담재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기서 논의될 북한 핵문제의 폐기 여부 입니다. 지금 남한․ 미국․ 중국 세 나라 모두가 북한과 대화를 가지려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들 세 나라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대규모 경제지원을 비롯해 이 지역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 축소와 군사력 축소 용의까지 표명하고 있습니다. 반면 김정은 정권은 개정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데 이어 얼마 전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채택했습니다.
김정은은 심지어 핵 보검(寶劍)을 억세게 틀어쥐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당국은 북-미 협상이 열릴 경우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한 바탕 위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남북대화가 열린다 하더라도 남한 정부가 핵문제를 그대로 두고 대북지원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의 핵 포기 유도를 위해서는 대화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지난 13일, 중국을 방문한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한반도에서 도발해 일을 벌이는 것은 각국의 이익에 손실을 끼치고 돌을 들어 제 발등을 찍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케리 장관에게 ‘지역과 세계 문제에서 미․ 중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이제는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압박을 가할 때입니다. 그 한 예로 중국이 북한에 지원하는 쌀, 석유 중단 등 경제재재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또한 남한․ 미국․ 중국이 일제히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대화의 자리로 나오지 않고 도발의 길을 걷거나 핵을 고집한다면 고립의 차원을 넘어 붕괴와 자멸을 재촉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