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북한의 대화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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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남한이나 미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화 조건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어 협상을 통한 긴장완화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지난 16일 ‘대화를 원한다면 모든 반북행위를 사죄하라’며 ‘남조선 괴뢰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인 반공화국 집회에서 우리 최고 존엄의 상징인 초상화를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철회하고 천안함 사건과 3.20일 해킹 사건과 같은 제 집안의 불상사를 ‘북(北) 관련설’로 날조해 벌이고 있는 반(反) 공화국 모략 소동을 중지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일, 북‧ 미 대화에 관해서도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군축회담은 있어도 비핵화 회담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노동신문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일방적인 북한의 비핵화 논의보다 핵보유국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까지 포괄하는 상호 핵 군축을 의제로 내세우겠다는 의미입니다. 남북대화나 북‧ 미 협상에 관해 북한이 제기한 주장들을 일일이 반박할 가치가 없지만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남북대화에 관해 사죄할 쪽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사실입니다. 5년 전 남쪽 금강산 관광객을 살해한 북한은 천안함 폭침으로 남측 해군 46명을 수장시킨대 이어 연평도 포격을 통해 해병· 민간인 4명의 목숨을 빼앗아 갔고 또16명의 민간인들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무력도발을 자행했습니다.

거기에다 얼마 전에는 전쟁 협박에 이어 개성공단까지 일방적으로 잠정 폐쇄시킴으로써, 그곳에 남아있는 남측 근로자들이 식품이 떨어져 라면과 초코파이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습니다. 공장 가동 중지로 인해 입주기업들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입고 있고 해외 바이어들이 거래를 끊고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할 쪽은 엄연히 북한당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는커녕 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것은 도적이 매를 드는 것과도 같은 적반하장의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 미 협상도 그렇습니다. 북한은 6자회담에 나와 핵 포기를 수없이 약속했고 이를 확인하는 공동성명서까지 발표하는 한편으로 뒤에서는 핵을 비밀리에 개발해 실험까지 감행했습니다. 이것은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을 기만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핵확산을 우려한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위한 당연한 조치이었고 유엔 회원국인 북한도 이것을 수용해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안보리 결의에 의한 대북제재를 철회하라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이를 주도한 미국을 향해 워싱턴 불바다 위협까지 한 것은 세계평화에 대한 정면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9일,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과 이란이 핵확산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도 참여해 동조했습니다. 북한이 남한과 미국의 대화 제의를 묵살하고 도발적 언사나 궤변을 계속할수록 국제적 고립은 심화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