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남한의 통중봉북(通中封北)

0:00 / 0:00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패 후 그 창피를 만회하기 위해 남쪽을 향해 무력공격을 경고하고 나옴으로써 남북 간에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 인민군 최고 사령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이명박 역적패당을 죽당쳐버리기 위해 거족적인 성전을 재천명한다.'며 '역적패당의 아성을 짓뭉개버리는 타격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또한 '서울 한복판이라 해도 그것이 최고 존엄을 헐뜯는 도발원점인 이상 통째로 날려 보내기 위한 특별행동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북한은 이어 23일 '특별행동은 일단 개시되면 3~4분, 아니 그보다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방법으로 도발 근원들을 불이 번쩍 나게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대남위협은 자기들의 미사일 발사문제와 태양절 행사에 대한 남한 정부와 일부 보수 언론들의 비판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문책당할 것을 우려한 각 기관이 김정은에 대한 충성경쟁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김정은이 당, 군, 정을 표면적으로는 모두 장악했다고 하나 불안요소가 적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결속을 다지려는 정치적 의도도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 같은 북한의 협박에 대해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 강연에서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말을 쓰던 시대는 다 지나갔고, 오히려 통중봉북(通中封北) 시대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북한이 그동안 즐겨 사용해온 미국을 통해 남한을 봉쇄하는 시대가 지났으며 오히려 남한이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세상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 북한의 농지개혁, 인권개선, 민주화를 촉구하면서 '민주화 바람이 아프리카를 지나 미얀마까지 도착했다. 이것은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한의 장마당을 통해 외부정보가 유통되고 있는데다 이미 휴대전화가 100만대 이상 보급돼 있어 북한당국이 정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음을 언급했습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연말부터 남한정부가 취해 온 대북온건정책이 북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강경정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중국정부도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 북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강경한 대북규탄 의장성명 채택 시 중국은 과거와는 달리 찬성 입장을 밝혔으며 중국 땅에 들어온 탈북자 5명을 최근 서울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는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해 '더는 경솔한 행동을 하지말라'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북한을 옹호해 온 중국이 김정은 정권에 보낸 첫 번째 공개적 성토로서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남한의 '통중봉북' 정책이 조금씩이나마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미국정부도 유엔차원의 대북제재와는 별도로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추가 대북제재방침을 준비하고 있어 북한의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똘똘 뭉쳐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광란적인 대남협박을 계속하는 것은 약자의 콤플렉스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