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에 몰아닥친 재스민 혁명이 잠시 소강 사태를 보이는듯하더니 예멘에서 다시 힘을 얻게 됐습니다. 33년째 장기 집권해온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그동안 반정부 시위대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오다가 지난 23일 자신에 대한 기소면책권 부여를 조건으로 30일 내에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아랍권에서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후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세 번째 독재자가 물러나게 됐습니다. 살레 대통령은 33년 장기 집권기간 57억 달러에 달하는 서방의 지원금을 받아내 자신의 정권유지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국민을 억압하고 사회를 혼란 속에 빠트렸습니다. 그 결과 예멘 인구의 40%가 월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아랍권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이 같은 폭압과 가난에 항거해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마침내 살레는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민주화 시위의 열풍은 이웃나라인 시리아로 옮겨 붙고 있습니다. 40년 독재 세습체제를 유지해온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날로 격화되는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 하다가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난 22~23일 이틀간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서 정부군의 발포로 최소 120명이 숨짐으로써, 긴장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시 불붙기 시작한 민주화 열풍은 다국적군 및 반정부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는 리비아의 카다피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사정은 좀 다르지만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가 지난 19일, 46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면서 모든 권력을 자기 친동생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넘겨주었습니다. 피델 카스트로는 1959년 게릴라전으로 친미 성향의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린 후 46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으나 쿠바에게 남은 건 빈곤과 독재뿐이었습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실패로 인해 쿠바의 외채는 21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장기 독재에 의한 인권도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한편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하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시민혁명에 의해 권좌에서 쫓겨난 후 이집트 검찰에 구속됐다 건강문제로 잠시 병원에 입원하고 있습니다. 그는 감옥 가기 싫다며 병원에 계속 남게 해달라고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아침에 높은 권좌에서 감옥의 죄수로 추락한 무바라크의 운명은 권력의 무상함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중동, 쿠바와 북한은 다릅니다. 북한은 폭압적 통치 기구와 감시 체제, 정치범 수용소 등을 갖고 있는데다 정규군 백10만 명에 비정규무력 7백7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한 병영국가입니다.
중동 민주화 시위를 이끈 인터넷의 자유도 없습니다. 그리하여 김정일은 다른 독재자들의 퇴진이나 몰락을 보면서도 북한 체제만은 문제가 없다고 안심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장기독재, 억압, 부정부패, 빈곤은 독재정권을 몰락시키는 원인임을 최근의 상황은 증명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견고한 독재체제라도 자유를 향한 민중의 의지 앞에서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