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있었던 남한 이명박 대통령의 버마 방문을 계기로 세계의 이목이 버마와 북한의 미래에 쏠리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983년, 북한의 아웅산 묘역 폭탄테러사건 후 29년 만에 버마를 방문하여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우호협력을 다짐한 후 버마 민주화 투쟁의 기수인 아웅산 수치여사와도 만났습니다.
1962년 이래 군부독재의 통치 아래 있었던 버마는 그동안 민주화운동 탄압과 폐쇄정책 유지로 인해 국제적 제재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아웅산 테러사건으로 단절됐던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2007년 복원한 후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반입하는 등 군사협력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두 나라는 수십 년간 폐쇄적 체제를 유지하며 군사독재를 매개로 우방관계를 맺어왔는데 올해 들어 버마에서 의미 있는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첫째는 민주화의 흐름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승려들의 반정부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아웅산 수치여사를 가택 연금시켰던 군부가 오늘날 부분적이나마 자유선거를 허용하고 수치여사가 이끄는 야당의 승리를 허용하는 등 정치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테인 세인 대통령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군 출신이지만 전임 대통령과 달리 권위주의적이 아니고 부패하지도 않은 실용적 사고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버마가 개방, 개혁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버마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으로 하여금 의회에서 연설 하도록 허용하는 등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 일본 등 서방국가와의 경제협력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버마가 정상국가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2009년 북한의 핵실험 직후 채택한 결의 1874호를 준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버마는 앞으로 북한에서 재래식 무기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같은 버마의 긍정적 변화에 대해 국제사회는 각종 제재를 철회하면서 다각적 협력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버마와 같은 길을 걸어온 북한의 모습은 어떤가. 군부를 등에 업은 김정은이 3대 세습, 독재체제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폭압정치와 인권말살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세계적 흐름인 민주화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북한에서는 아웅산 수치 여사와 같은 민주화 지도자가 나올 수 있는 토양마저 근절시켜 놓았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개방, 개혁을 금기시했던 김정일의 유훈을 받들어 통치함으로써 폐쇄체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같은 국제규범이나 세계 인권협약과 같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남한정부가 핵, 미사일 개발과 대남도발 중지를 전제로 북한에 대한 대폭적인 경제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음에도 이를 수용하기는커녕 반정부투쟁 선동과 전파교란 등 협박과 도발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당장 북한에서 ‘버마의 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