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약(藥)과 독(毒)을 먹는 북한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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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정부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조치로 작년 5월 24일, 남북교역중단, 군사훈련실시, 유엔제재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북압박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중 남북교역중단으로 인해 북한은 지난 1년간 3억 달러를 잃어버렸으나 그 손실부문을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메워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김정일의 중국 방문도 주로 경제협력 확대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북-중 경제협력의 배경을 살펴보면 과거 북한과 일본 그리고 북한과 남한과의 경제협력 실패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이 국교정상화 회담을 시작하던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대북배상금 지급에 관심을 가진 일본기업과 조총련기업들은 앞을 다투며 북한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일본 배상금이 금방이라도 북한에 들어가고 그로인해 북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당시 북한의 일본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어느 나라보다 가장 높은 기록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북-일 수교협상이 중단되자 일본 및 조총련 기업들은 대부분 북한에서 철수했고 양국 경제협력은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북관계의 시대가 도래 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교역은 빠른 속도로 확대됐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등 대규모 사업은 물론 평양을 중심으로 한 임가공 사업 및 농수산물 교역 등이 활발하게 추진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북한과 일본의 교역물량이 대부분 남한으로 넘어왔으며 북한에게는 남한이 중국 다음으로 중요한 교역대상국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작년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경협은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전면 중단상태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남북경협에 참가했던 남한기업들은 북한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국기업들이 그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북-중 교역규모는 전년대비 29.3% 증가한 34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그 이전해와 비교해보면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80%이상에 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북한이 거의 중국하고만 거래를 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지난해 김정일이 두 차례 중국방문을 통해 양국 경제협력에 관한 큰 틀에 합의를 본 후 나선 경제특구 합작건설사업과 신의주 인근의 황금평 개발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번 김정일의 중국 방문도 이 양대사업의 효율적 추진과 함께 북한이 당장 필요로 하는 식량과 물자지원을 요청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강성대국 달성 시기로 정한 2012년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북한주민의 민심을 잡기위해서는 이 방법밖에는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 중 경협확대는 개혁, 개방의 물결이 스며들게 함으로써 북한체제 동요현상을 초래케 한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중 경제의존도의 증가는 중국의 대북 정치적 영향력 향상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볼 때 김정일 정권으로서는 약(藥)과 독(毒)을 함께 먹고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