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북한, 또 화전양면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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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연평도 부근 남한 함정에 포격을 가한지 하루 만에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발표하는 등 화전양면 전술을 다시 피우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2일, 서해 연평도 부근 남측수역에서 초계임무를 수행하던 남측 고속함 인근에 포탄 2발을 쏘았습니다. 고속함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남한 해군은 즉각 함포로 대응사격하고 공군 전투기 4대를 긴급 발진시켰습니다. 북한의 도발은 전날 북한 경비정이 남한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간 것에 대한 보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하자마자 빈틈을 이용해 남한사회의 혼란과 불안감을 조장하려는 목적일수도 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3월부터 동, 서해에 포탄과 미사일을 여러 차례 퍼붓고 4차 핵실험을 예고하며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남한과 미국의 공동조사에 의해 북한의 소행으로 판명된 무인기의 남한 침투사건에 대해서도 사과는커녕 극구 오리발을 내밀었습니다.

그런 북한당국이 포격 도발 이튿날인 23일,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 의도는 북한이 마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포츠 문제를 앞세워 자기들의 도발을 가리고 마치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인상을 대내외에 부각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평화공세에 불과합니다. 국제사회에 폐쇄국가로 알려진 북한이 국제스포츠 행사에 참가함으로써 개방국가로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스포츠를 통해 북한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후 ‘체육강국’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마식령 스키장 등 대형 체육시설물을 건축하고 2012년 8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장애인 올림픽에 사상 최초로 선수단을 파견하는 등 국제 스포츠 대회에 많이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대회 입상 소식을 대내적으로 선전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에 대한 주민지지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의 관심은 몇 개의 메달을 따는데 있지 않고 식량난 해결과 생활개선에 집중돼 있습니다. 김정은이 핵과 경제건설 병진로선을 내세우며 핵무기 보유를 자랑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핵무기 개발 비용을 식량도입에 돌림으로써 기아상태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 해서 남한정부의 대북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것은 휴전 이후 지금까지 남북대화나 합의서 채택 후 얼마 되지 않아 북한의 대남도발이 이어져왔기 때문입니다. 휴전 이후 지금까지 약 2,850여 건에 달하는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김정은 정권의 냉, 온탕식 대남정책을 보아온 남한당국이나 국민들은 이런 구태의연한 화전양면 전술에 식상이 나 있는 상태입니다. 북한당국이 진정 남북관계개선을 바란다면 핵무기 개발과 군사도발부터 포기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