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북한이 원하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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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4일 김정은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만나 ‘관련 국가들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굳건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은 유관국들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최룡해는 ‘유관 각국과 함께 노력해 6자회담 등 여러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관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북한 매체는 최룡해가 시진핑 주석을 만난 사실을 보도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나 대화문제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핵과 경제개발의 병진 노선을 재차 천명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 이름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괴뢰 대통령’, ‘망발’, ‘요사스러운 언행’, ‘황당한 궤변’과 같은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격렬히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22일 남한의 민간단체에 6.15선언 기념식을 공동개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한 정부는 지난 27일, 남한 민간단체의 6.15선언 행사참여를 불허한다고 밝히면서 남북당국 간 대화에 호응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시진핑 주석에게 밝힌 대화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6자회담 재개, 북·미 대화, 북·일 대화, 남북대화 등을 일단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대화의 형식이나 유형이 아니라 대화의 목표와 내용입니다. 중국을 비롯해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유관국들은 6자회담과 같은 다자회담이나 또는 양자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인데 반해 북한은 핵문제는 기정사실로 해 제쳐두고 다른 관심사를 논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 포기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 어떤 대화가 열린다 하더라도 그것은 회담을 위한 회담으로 끝나고 북한에 핵,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시간만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특히 남북대화의 경우 가장 시급한 것이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인데 북한이 이것은 외면하고 남한 민간단체를 상대로 6.15공동행사 제의를 해 온 것을 보면 대화의 진정성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북한의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은 그의 취임 3개월 만에 처음 나온 것으로 그 악담의 강도로 봐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북한은 이명박 정권 때는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인 2008년 4월 1일, 처음으로 이 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역도’라고 비난한바 있습니다. 그 후 북한은 남북대화 거부에 이어 천안함, 연평도 도발사건을 저지름으로써 남북관계를 대결국면으로 이끌어 왔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최룡해의 대화발언은 중국의 비위를 맞추어 줌으로써 소원해진 양국 관계회복을 겨냥한 꼼수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세 번이나 강조한 시진핑 주석을 향해 북한이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꾸어 핵은 버릴 수 없다고 천명한 이상 향후 북-중 관계도 순탄치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