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탈북 청소년과 북·라오스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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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제 북송된 탈북청소년 9명에 관한 국제사회의 공분(公憤)이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들의 안전에 우려를 표시했고 유엔인권최고대표실은 중국과 라오스에 북송 당시의 상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오는 7일 열릴 미‧ 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북한을 탈출한 후 중국을 떠돌다가 라오스까지 갔던 탈북 청소년들을 북한 공작원들이 필사적으로 추적해 잡아간 것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김정은 정권의 반(反) 인도적 처사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입니다. 탈북자를 체제 반역자로 간주한 김정은 정권은 탈북자에 대한 총살명령을 내린데 이어 두만강변의 가옥들을 철거시키고 탈북자 가족들을 산간 오지로 강제 이주시키는 등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또 남한에 와있는 탈북자들에 대해 북에 남은 가족을 볼모로 회유와 협박을 가해 북한으로 다시 데리고 가 선전에 이용해 왔습니다.

이들을 TV에 내세워 중국에 갔다가 남한 정보기관의 회유로 강제로 끌려갔다느니 남조선에서는 탈북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고 차별한다느니 김정은이 과거를 묻지 않고 넓은 아량을 베풀어줘 감사하다느니 하는 등 거짓말을 시킴으로써 탈북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한편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고문, 강제노동, 처형 등 가혹행위를 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이송해왔습니다.

그런데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이같은 탈북 가로막기와 더불어 어린이들에 대한 김정은의 ‘온정’을 부각시키는 이중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국제아동절’인 지난 1일, 김정은이 여러 공개활동에서 어린이들을 챙기는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온 나라의 어린이들은 김정은의 온정과 사랑 속에 끝없는 기쁨과 낭만에 넘쳐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많은 영유아들이 영양실조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사망률이 높고 청소년들의 키가 발육부전으로 남한의 같은 또래에 비해 훨씬 작으며 식량난의 와중에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북한과 중국 땅에서 유랑 걸식하고 있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또한, 북한정권이 꽃제비 출신 제대군인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정책까지 취함으로써 이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아무리 듣기 좋은 말을 하고 탈북 가로막기 정책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한계에 부딪치고 말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라오스가 취한 태도는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라오스 정부는 탈북 청소년 문제에 관해 남한정부를 속이고 몰래 북한 측에 넘겨준 것도 모자라 이들 청소년들이 남한 선교사 부부에 인신매매 되었다는 터무니없는 중상모략까지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사건에 관여한 미국의 인권단체 관계자는 비열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탈북 고아들을 중국에서 4년 가까이 은신처에 숨겨주고 돌보아줬던 선교사들을 인신매매범으로 매도한 라오스 정부야말로 파렴치한 국가로 취급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