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7~8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과 대화를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후 두 나라 정상이 몇 차례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해왔지만, 이번 회담처럼 북한의 ‘핵보유 불용(不容)과 비핵화 추진’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내걸고 양국이 협력을 다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세계핵확산 금지를 목표로 해온 미국의 정책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화답해, 과거와 달리 북한의 비핵화를 강도 높게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북한의 핵개발이 초래할 동북아시아의 핵도미노 현상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보유로 인해 남한이 자위적 차원의 대응을 모색하고 일본은 재무장으로 치닫고 대만도 핵개발을 검토하여 미국의 군사적 대비가 강화되는 상황은 중국에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우선 중단된 6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차원에서 북한계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미국도 북한에 대해 6자회담 개최 전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요구하면서 외교적, 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정부도 남북당국회담 등 대화 과정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포기 정도에 따라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하는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남한, 미국, 중국 등 세 나라가 연대하여 대북 압박에 나설 때 북한은 어떻게 될까요?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한 북한은 올해 들어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로선을 채택하여 대내외에 선포했습니다.
따라서 핵무기를 체제유지의 생명줄로 믿고 있는 북한이 외부압력에 굴복하여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그리하여 북한은 6자회담이나 남북대화, 북-미 대화, 북-일 대화 등에 호응한다 하더라도 핵문제 논의는 피해 가는 회담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예컨대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핵문제는 제쳐두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 논의를 주장하고 남북대화에서도 개성공단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 등 경제적 실익에 관련된 문제 위주로 회담을 운영하려 할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이 핵보유는 기정사실화 한 바탕 위에서 대화하는 시늉만 하면서 시간을 끌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를 관련국들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중국의 시진핑 체제는 대외정책의 기본으로 ‘신형 대국관계’(新型 大國關係)를 내세우고 미국과 협력하여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인데 과연 6자회담이라는 낡은 틀을 통해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인지를 냉철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 정권도 북핵 문제에 관한 3국 공조체제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경제건설 등 체제안정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